[찐비트]AI로 생산성↑ 같지만…화성에서 온 사장, 금성에서 온 직원[오피스시프트](33)
경영진은 업무 활용, 직원은 일자리 상실 고민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인기는 비즈니스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AI와 관련해 최고위급 경영진과 일선 직원의 인식차는 상당하며 기업은 그 간극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달 '직장에서 사용하는 AI에 대해 사람들은 무엇을 말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조언했다. 직장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과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 직원의 마음이 일치하기는 쉽지 않다. 각자의 권한과 입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의 고민도 다르다. AI를 우리의 일터에서 사용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 세계를 뒤흔든 생성형 AI가 업무 전반을 뒤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효과는 불분명하다. 특히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초기 단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엇갈린 전망이 공존한다.
이처럼 혼란한 상황 속에서 경영진은 AI를 업무에 어떻게 도입할지를 결정하고, 직원들은 기술을 배워 현장에 적용해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업무가 대대적으로 변하는 만큼 서로가 제대로 소통해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신기술을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AI가 직장으로 속속 들어오는 지금이 바로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AI와 직장 관련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 사장, 즉 경영진과 일선 직원들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봤다.
◆ "생산성 높이자"에는 사장과 직원 생각 일치'AI로 생산성을 높인다' 기업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집중하는 지점이다. 이는 경영진과 일선 직원이 AI와 관련해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3월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경영진이 AI와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바로 '직원의 생산성 향상'(31%·복수 응답)이었다. 2위는 '직원의 지루한 업무 돕기'(29%), 4위는 '덜 중요한 업무에 쏟는 불필요한 시간 제거'(25%) 등으로 나와 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AI를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직원들도 70%가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업무에 AI를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일을 가급적 쉽게, 효율적으로 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AI를 도입해 직원들의 성과를 대폭 개선하면서 효율성을 높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직원들도 AI를 통해 업무 부담이 줄어들길 원한다. 챗GPT가 대중에 공개되면서 직장인이 몰려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쉽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직장인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이렇게 의견이 일치하는 사장과 직원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견해차가 나타난다.
BCG가 올해 18개국 1만3000여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이 AI를 업무에 도입하는 것을 두고 낙관적이라고 평가하는 비중은 62%였다. 같은 질문에 일선 직원들은 10명 중 4명 정도가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20%포인트 정도 격차가 났다. 동시에 AI가 직장에 들어오는 것이 '걱정된다'고 답한 경우는 경영진은 22%, 일선 직원은 39%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BCG는 "5년 전 비슷한 설문조사를 했을 당시에 비하면 (직급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낙관적이라는 답변은 더 증가했고 걱정스럽다는 답변은 줄었다"면서도 "(AI 도입에 대해) 리더들이 일선 직원들과 비교해 훨씬 더 낙관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차이는 AI를 업무에 얼마나 자주 활용하는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관심도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BCG 설문조사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적어도 한번 사용해 봤다는 응답률은 전체의 46%였고, 주중 여러 차례 사용한다는 응답률은 26%였다. 직책별로 보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경영진은 '그렇다'는 답변이 80%였으나 일선 직원은 20%로 뚝 떨어졌다.
BCG는 "이러한 차이는 AI 사용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를 활용하는 것에 더 긍정적인 경영진이 직원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 직원들의 속마음 "내 직업 대체될까 불안"이러한 차이는 일자리 상실을 우려한 직원들의 불안감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AI를 업무에 적용해 직원 수가 줄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낙관론에 동의하는 경영진이 일선 직원보다 많고, 걱정하는 직원이 경영진보다 많은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 'AI가 일터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이러한 차이가 확연하다. 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2명 중 1명꼴로 AI가 도입돼도 일자리 수에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도 5명 중 1명꼴로 나왔다.
하지만 직원들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10년 이내에 AI가 도입돼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그 중 '일자리를 잃을까 '극도로(extremely)' 우려가 된다'는 답변이 20% 수준이었다. 또 직원 응답자의 40% 이상은 AI가 도입되면 10년 내로 월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은 그보다 훨씬 적은 10%대 비중을 차지했다.
AI가 투입된 자신의 일터에서 직장을 잃고 월급은 줄어드는 부정적인 상황을 예상하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OECD 설문조사는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중 진행됐다. 올해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일자리 상실 우려가 한층 높아진 만큼 이러한 공포감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AI를 사용해본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향후 10년 이내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더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직장인은 챗GPT, 구글 바드 등 각종 AI 챗봇을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국 IBM이 지난 5월 업무지원 인력 30%를 AI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달 미국에서는 AI로 인해 감원한 직원 수가 3900명에 달한다는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 챌린저 크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 통계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소식이 쏟아지면서 직장인의 불안감은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 기업 리더는 '업무 활용'에 관심그렇다면 경영진은 AI를 도입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원 수를 줄이려 할까? 경영진이 AI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설문조사 결과에서 다소 엇갈린다. MS 설문조사에서는 경영진이 AI 도입과 관련해 '생산성 향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가장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을 '직원 수 감소'로 꼽았다. 직원을 줄이기 위해 AI를 도입하려는 경우가 적다는 의미다. 반면 OECD 설문조사에서는 고용주가 AI를 도입하는 주요 동기로 1위가 직원 성과 개선, 2위가 직원 관련 비용 감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AI를 적용할 영역이 아직 불분명하고 이에 따라 고용 측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알기 어려워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경영진의 관심은 AI로 생산성을 끌어올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떤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활용 정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그에 따른 여파는 무엇이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고민하는 것이다. 산업이나 회사 상황에 따라 활용도가 천차만별이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인 만큼 상황을 빠르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CEO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예일대에서는 '제134회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열렸고 CEO 20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이 이 자리에서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공유한 인사이트가 그들의 관심 포인트를 보여준다.
백악관 예산국장 출신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라자드 차기 최고경영자(CEO) 피터 오재그는 AI가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사소한 투자은행 업무는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GPT4로 이메일을 써봤지만 결국 대부분 다시 작성했다"며 AI가 아직 미성숙 기술이라 인간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반면 사무기기업체 제록스의 스티븐 밴드로즈악 CEO는 "AI가 기술자의 고객 방문 횟수를 이미 40% 이상 줄였고 콜센터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AI가 마케팅 산업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AI가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마케팅 콘텐츠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시대가 끝날 수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가 직접 만든 마케팅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파괴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는 "우리가 AI든 아니든 특정 기술에 매혹되지 않고 해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 경험이나 직원 경험, 효율성, 공급망 측면에서 AI가 우리에게는 큰 기회"라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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