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웨이브](22)잡스가 꿈꾼 소음 없는 PC 이제 나온 이유
마침내 대화면으로 진화
애플, 15인치 맥북에어 출시 지연 인텔 탓 돌려
애플 실리콘 효과, 맥 컴퓨터 판매 증가세
편집자주 - [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이 15인치 '맥북 에어'(Macbook Air) 노트북PC를 출시했다. 지난 6월 애플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가 미래의 제품이라면 맥북 에어 15인치는 당장 구입할 수 있어 화제가 됐다.
맥북 에어 15인치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화면 크기 때문이다. 맥북 에어는 처음 선보인 2008년 이후 비슷한 디자인과 13인치 크기 화면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한때 11인치로도 판매됐지만 13인치만 명맥을 유지했다. 많은 소비자가 보다 큰 화면을 가진 노트북을 원하는데도 애플은 맥북 에어에 13인치만을 고집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가 최근 드러났다. 정답은 인텔 CPU와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이었다.
로라 메츠 애플 맥북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맥북 에어 15인치 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그때 사용하던 인텔 CPU로는 애플의 방침대로 제품을 설계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증언은 이렇다.
"당시의 제품 설계로는 15인치 노트북을 '에어'스럽게 만들 수 없었다."
애플 전문매체 9투5맥은 인텔의 CPU를 사용했다면 '에어'가 상징하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PC를 만들 수 없었음을 에둘러 표현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은 2020년 연말부터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을 PC에 적용했다.
많은 PC 업체들은 13인치와 15인치 노트북을 위주로 판매한다. 이동성이 필요한 이들은 13인치를, 집이나 사무실에서만 사용하는 이들은 15인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고성능 PC인 맥북프로는 14, 16인치로도 출시된다. 유독 맥북 에어만 13인치를 고집했다. 여기에는 메츠가 설명한 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애플의 인텔에 대한 '디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맥북 에어 15인치가 인텔 기반 맥북 에어 중 가장 빠른 모델 대비 12배나 빠르게 작동한다고 홍보 중이다.
맥북 에어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첫선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매킨토시, 아이맥, 맥북 에어가 잡스가 직접 처음 소개한 컴퓨터다.
잡스의 서류 봉투에서 나온 노트북PC‥애플 실리콘으로 날개 달다
맥북 에어는 잡스에 의해 2008년 1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아이폰 공개 1년 후다. 잡스는 노란색 서류 봉투에서 노트북PC를 꺼내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잡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라고 강조했다. 서류 봉투에서 노트북이 나오는 장면은 이 노트북의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잡스는 그때 노트북 PC 디자인의 미래도 재구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애플은 인텔 CPU를 사용했다. 애플은 2006년에 모토로라의 CPU를 인텔로 전환하며 '인텔 맥' 시대를 열었다. 모토로라의 CPU에서 인텔 CPU로의 전환이 낳은 가장 극명한 성과가 맥북 에어였다. 모토로라의 CPU를 사용했다면 맥북 에어의 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애플은 인텔이 제조한 저전력 CPU로 첫 맥북 에어를 제조했다.
쿨링팬 경멸한 잡스…. 2020년 애플 실리콘이 뜻 이뤄
맥북 에어는 저전력 CPU를 사용했지만, 발열과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얻기 위해 CPU 성능을 희생했지만, 팬이 돌아가는 소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첫 맥북 에어 등장 후 12년만인 2020년 11월 등장한 애플의 M1 칩은 이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애플이 설계한 M1을 사용한 맥북 에어에는 CPU의 열기를 빼내기 위한 쿨링팬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성능은 급격히 향상됐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 바뀐 건 인텔 CPU뿐인데 전혀 다른 노트북이 됐다.
잡스는 CPU의 열기를 식히는 쿨링팬을 증오했다. 컴퓨터의 디자인을 망치고 요란한 소리를 발생하는 쿨링팬은 잡스의 미움을 받기에 충분했다. 잡스는 ‘애플 III’ PC에 쿨링팬 장착을 하지 말자고 주장해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을 당황하게 했다. 애플3에서 쿨링팬을 제거한 결과는 참담했다.
쿨링팬을 없애야 한다는 잡스의 희망을 구현하기 위한 조건은 간단했다. 발열 현상이 적은 CPU다. 그 희망은 2020년에서야 M1 칩을 사용한 맥북 에어에서 구현됐다. 반도체 분야의 선구자 인텔, 모토로라도 해내지 못한 일을 애플이 완성한 셈이다.
2분기 PC 출하량 전 세계 4위‥불황에도 진격하는 애플 PC
잡스의 뜻대로 팬리스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애플의 PC 시장 지배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IT시장 불경기에 성과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 3~6월 사이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동기 대비 13.4% 줄어든 6160만대라고 집계했다. PC 출하량은 벌써 6분기 연속 감소세다. 미국 금리 인상 시작 후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은 물론 월가 은행들까지 감원을 하는 상황은 PC판 매에 부정적이다.
전체 PC 시장의 부진과 달리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애플이다. 애플의 2분기 PC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10.3%나 늘어 530만대에 달했다. 그나마 긍정적 성과를 낸 HP가 0.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출하량과 점유율이 늘어난 업체도 애플이 유일했다. 2분기 PC 출하량이 13.4%나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독보적인 성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2분기 애플이 전체 PC 출하량에서 차지한 비중도 8.6%로 전년 동기의 6.9%보다 늘어났다. 애플이 전체 PC 출하량의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애플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PC 업계 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애플은 대만 에이서를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애플의 PC 판매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평균 단가다. 애플 PC의 가성비가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 하지만 저가 라인이 없는 만큼 경쟁사와 비교해 판매단가가 높다. 그런데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IT매체 기즈모도는 애플 컴퓨터 판매 확대는 애플 실리콘을 사용한 PC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즈모도는 M1 및 M2에 이어 차세대 M3 칩이 등장한다면 애플 PC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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