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적 TV 수신료 분리징수... 아파트는 대혼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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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에 '콜드 터키(Cold Turkey)'란 말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토 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 중인 상태에서 전자 결재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결정해버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상당수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현행 법상 관리사무소가 전기료와 분리된 수신료의 수납을 대행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한주택관리사 협회 측은 "수신료가 전기료와 분리됨에 따라 수납 대행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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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
ⓒ 연합뉴스 |
영어 표현에 '콜드 터키(Cold Turkey)'란 말이 있습니다. 그대로 직역하면 '차가운 칠면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마약이나 술을 끊으면 나타나는 금단 현상을 말합니다. 이 말의 유래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갑자기 끊자 얼굴이 창백해지며 피부에 닭살이 돋는 것을 보고 콜드 터키라고 한 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말은 경영학에서도 쓰이는데, 경영학에서 말하는 콜드 터키란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할 때 아무런 검토나 준비 과정 없이 바로 기술을 적용하거나 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경영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라도 충분한 검토 과정이나 준비 없이 도입하면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불량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폴란드 공식 방문 일정에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런데 기업의 경영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초급 관리자들도 알고 삼가고 있는 어이없는 일이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로부터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토 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 중인 상태에서 전자 결재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결정해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수신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상당수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현행 법상 관리사무소가 전기료와 분리된 수신료의 수납을 대행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리를 규율하는 법은 '공동주택관리법'인데 이 법률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운영되고 관리비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리비와 함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주민들을 대행해 납부할 수 있는데 이 사용료란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과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정해 놓은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어디에도 'TV 수신료'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 한전의 분리납부 안내문. |
ⓒ 한국전력 |
이런 현장에서의 혼란 외에 비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병행부과 하는데 KBS는 연간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한전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분리징수를 할 경우 한전에서는 전산 시스템 변경 등 추가 비용이 매년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3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KBS에서 병행부과를 위해 매년 419억원을 한전에 지급하고 있는데 분리징수를 할 경우 185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 건가요. KBS가 내든 한전에서 담당하든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공과금으로 부담해야 할 몫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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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직 주택관리사로서, 실무에서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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