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에이스' 안우진의 불운했던 전반기
[양형석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프로야구 키움 안우진이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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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10개 구단 중 9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지난 겨울 FA시장에서 4년 25억 원을 주고 영입했던 베테랑 불펜투수 원종현은 20경기에 등판한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돼 내년 전반기까지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다. 외야 한 자리를 채워줄 거라 기대했던 퓨처스FA 이형종 역시 전반기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24 3홈런 30타점 29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농사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마찬가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좌완 에릭 요키시는 5승 3패 평균자책점 4.39의 성적을 남긴 채 지난 6월 내전근 파열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야시엘 푸이그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주던 에디슨 러셀 역시 손목부상으로 교체됐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만 전반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111.2이닝)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하지만 전반기 키움팬들을 가장 안타깝게 했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2022년 15승 8패 2.11 224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차지하며 투수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었던 에이스 안우진이다. 안우진은 올해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2.44의 뛰어난 평균자책점과 함께 107이닝 동안 13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음에도 6승 5패에 그치며 리그 최고의 에이스다운 성적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학교폭력 논란, 그 후...
'클린 베이스볼'이 강조되면서 KBO리그의 각 구단들 역시 소속 선수들의 도덕성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지난 2020년 김해고를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끌며 NC다이노스의 1차 지명 선수로 뽑힌 김유성(두산 베어스)은 지명 후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NC에서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프로구단이 1차 지명을 행사했다가 철회한 것은 역대 처음 있는 일로 이는 KBO리그가 얼마나 학교폭력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지난 11일에는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SSG랜더스의 2군에서 선배선수가 후배선수에게 기합을 주고 야구방망이로 허벅지 부위를 구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SSG구단은 최초보도 다음날인 12일 후배를 방망이로 구타한 선수를 공식언급하며 구타 가해자로 지목된 투수 이원준을 퇴단조치했다. 이원준은 2017년 SK 와이번스가 국가대표 내야수 김혜성(키움)을 거르고 1차 지명으로 선택했던 대형 유망주였다.
사실 야구계에서 폭력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안우진이 그 시작이었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이던 2017년 8월 동기 3명과 후배 선수들을 폭행했다는 기사가 보도됐고 그 후 안우진은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미 안우진을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선택한 히어로즈였다. '야구계의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는 명분으로 안우진 지명을 철회하기엔 그가 가진 투수로서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결국 히어로즈는 2017년 10월 안우진에게 6억 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정식으로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야구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안우진을 안고 가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안우진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의 자격정지와 함께 대한체육회 주관의 국제대회 출전이 영구정지되는 징계를 받았다. 히어로즈 구단 역시 입단 전 큰 물의를 일으킨 안우진에 대해 1군 및 2군 스프링캠프 제외 및 50경기 출전금지의 자체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2018년 가을야구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안우진은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에 등판해 15.2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15)으로 3승 1홀드를 기록하는 엄청난 투구를 선보였다. 안우진은 고교시절 큰 문제를 일으켰고 아직 신인으로서 완벽히 여물지 않은 투수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재능만큼은 히어로즈에 입단했던 그 어떤 투수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2018년 가을야구를 통해 확실하게 증명했다.
107이닝 130탈삼진에도 전반기 6승
2018년 가을의 대활약을 통해 키움팬들은 안우진이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안우진이 최고의 투수로 도약하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안우진은 2019년 투고타저 시즌이었음에도 7승 5패 평균자책점 5.20에 머물렀고 코로나19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안우진은 2021년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하며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안우진은 2022년 30경기에 등판해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 2.11 224탈삼진의 성적으로 단숨에 리그 최고의 투수로 급부상했다. 시즌 막판 김광현(SSG)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224개의 탈삼진은 2021년 아리엘 미란다(사라페로스 데 살티요)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탈삼진 기록(225개)에 단 1개가 부족한 숫자였다. 안우진은 시즌 후 학교폭력 이력 때문에 최동원상과 일구상 수상에서 배제됐지만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22년(1억 5000만 원)보다 133.3% 인상된 3억 5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안우진은 올해도 키움의 에이스로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안우진은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1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그중 7번은 7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아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였다. 반면에 안우진이 전반기에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전반기 안우진이 따낸 승수는 6승에 불과했다. 전반기 리그에서 100이닝을 넘게 소화한 투수는 모두 7명이었는데 키움의 원투펀치 후라도(5승)와 안우진이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전반기 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던 3명의 투수 중에서는 안우진이 압도적으로 승수가 적었다(에릭 페디 12승, 라울 알칸타라 9승). 한마디로 안우진은 투구내용에 비해 매우 불운했던 전반기를 보냈다는 뜻이다.
6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1.61이었던 안우진의 평균자책점은 최근 3경기에서 17.2이닝 13실점으로 주춤하면서 2.44로 치솟았다. 특히 7월 2경기의 평균자책점은 5.84(12.1이닝8실점)로 안우진의 이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2022년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던 안우진이 후반기에는 전반기의 불운을 씻고 리그 최고 투수의 위용을 되찾으며 키움의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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