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광고로 역풍 폭스바겐…"군부독재 협력 잊었나"

국민가수 故엘리스 헤지나-딸 듀엣 모습
엘리스 헤지나, 군부독재 시절 고초 겪어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브라질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참신한' 광고를 선보였으나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과 오글로부 등이 보도했다.

폭스바겐 차량

폭스바겐은 이달부터 브라질 국민가수 엘리스 헤지나(1945∼198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영상에는 엘리스 헤지나가 자기 딸이자 역시 유명 가수인 마리아 히타와 듀엣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엘리스 헤지나는 마리아 히타가 4살 때 숨졌다.

브라질 진출 70주년을 맞은 폭스바겐 측은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엘리스 헤지나를 화면에 되살릴 수 있었다"고 현지 매체에 밝혔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음악 역사상 위대한 가수 중 한 명과 현시대에 아이콘으로 성장한 그녀의 딸이 재회했다"며 "2400시간 이상의 시간과 공을 들여, AI 기술로 아주 독특한 순간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의 광고는 폭스바겐 기획 의도와는 달리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비판의 화살은 폭스바겐의 과거 행적을 겨냥하고 있다. 군부독재에 협력했던 폭스바겐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국민가수를 이용해 자사 상품을 광고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군사정권(1964~1985년) 시절 군부와 협력해 노동자를 고문하는 등 광범위하게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엘리스 헤지나는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다 탄압받는 등 고초를 겪은 인물이다.

G1은 "폭스바겐의 이번 광고를 두고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라거나 '윤리적·도의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만한 광고'라며 대한 성토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라고 전했다.

거센 논란 속에 브라질 광고 관련 감시 기관(CONAR)은 광고윤리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CONAR는 "사망한 사람을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하는 게 옳은지,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이 허구와 현실을 혼동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1953년 브라질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다국적 자동차 기업이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한 것은 폭스바겐이 처음이었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내고 "엘리스 레지나 이미지 사용 등 초상권에 대해 유족 측과 사전 합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