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체포, 고양갑 흔들…故노회찬 5주기 앞둔 위기의 정의당

김정재 2023. 7. 15. 1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노회찬 평전을 읽으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저지'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이 고(故) 노회찬 전 대표의 서거 5주기를 앞두고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9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재창당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약 10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25일 ‘혁신 재창당’ 방침을 선언했다. 이정미 대표는 “당의 경계를 더 넓게 확장하고, 더 깊게 아래를 향해야 한다”며 “기준에 부합하는 세력이라면 통합과 합당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 초대 대표였던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정당’ 토론회에 참석한 천 이사는 “정의당도 수차례 혁신을 시도했지만 혁신이 결국 좌절돼왔다”며 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며 탈당한 천 이사는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모임’을 통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①각자도생하는 계파들


위선희 정의당 전 대변인 및 당직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추진을 위한 정의당 전혁직 당직자 탈당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내 당직자 60여명은 지난 7일 돌연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당내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신호탄이었다. 이들은 천 이사와 함께 창당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 위선희 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국회 앞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을 위한 재창당인지 알 수 없고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며 “실패가 예견된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장혜영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당내 청년 정치인들과 출범시킨 ‘세 번째 권력’ 모임도 정의당 지도부와 별개로 활동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무당층과의 토론회도 진행했다.

이들이 사분오열하는 사이 이정미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와 각 모임 간의 소통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참여계 당직자들의 탈당 조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②싸늘한 여론과 지지율 고착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 저녁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악재도 겹쳤다. 지난 7일 이현정 정의당 부대표는 경찰의 얼굴을 가격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귀가 조치됐다. 김포공항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한을 규탄하는 시위 도중 손팻말을 펼치려다 경찰관 얼굴을 가격해 현행범으로 잡혔다 풀려난 것이다. 온라인에선 “정의당이 저러니 2중대를 못 벗어나지”, “정의 없는 정의당, 국제 망신이다” 등 비난 글이 폭주했다.

지지율도 쪼그라들었다.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2019~2020년 정의당 지지율은 9~10%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2~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도 최근 5개월간 정의당 지지율은 2~3% 수준에 머물렀다.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하며 진보당이 원내 정당화된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③유일한 지역구 고양 갑도 흔들


정의당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가 2022년 3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4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수성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재개발 관련 성과를 앞세워 고양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 의사 출신인 신현영(비례대표) 의원이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의당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한 보좌진은 “환경·젠더 등 새롭게 내세우는 가치는 차치하고, 기존의 정의당이 내세웠던 가치인 노동 메시지도 전혀 안 보인다”며 “뼈를 깎는 혁신이 아니고서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