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5곳 중 1곳 빈 동성로, ‘대구의 홍대거리’로 변신한다
13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큰길 모퉁이에 있는 대형 상가도, 3층짜리 건물도 텅 비어 있었다. 골목길에 들어서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공실이었다. 쇼윈도엔 ‘임대’ 광고만 눈에 들어왔다. 동성로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옛 대구백화점(본점) 건물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덩그러니 남아 있다. 대구백화점은 경기침체 여파에 2021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회복 더딘 대구 동성로
동성로에서 13년 동안 옷과 구두를 팔아왔다는 상인 김모(43)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회복이 거의 안 됐다”며 “그나마 유동인구는 다소 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우리 같은 로드샵 상인들은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 동성로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9.5%, 소규모 상가 14.2%, 집합 상가 11.1%로 대구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 5곳 중 1곳은 비어 있다는 의미다. 동성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이준호 동성로상인회장은 “이자가 오르는 데도 장사가 잘 안되니 무작정 임대료를 높일 수 없는 상황이다”며 “임차인도, 임대인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 이상 쇼핑 중심지였다. 유동인구가 몰리니 자연히 음식점, 술집, 노래방 등이 줄줄이 들어섰다. ‘먹고, 마시고, 노는 게 모두 가능’한 대구 대표 상권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도시 안에 크고 작은 상권들이 여럿 형성되면서 그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발달은 동성로 쇼핑상가에 큰 타격을 줬다. 여기에 코로나19 발생으로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상업·판매시설을 중심으로 공실이 급증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동성로 대구 첫 관광특구 지정한다
대구시는 동성로의 명예 회복과 침체한 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까지 동성로 일대 1.16㎢를 대구 첫 관광특구로 지정한다. 젊은 층이 몰리는 ‘서울 홍대 거리’처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 홍대 일대 1.13㎢는 2021년 12월 관광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문화체육부의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사업 등과 관련된 관계 법령의 규제가 없거나 완화되고, 매년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지원된다. 공터 내 공연·음식 제공 등이 가능해지고 관광객 유치에 기금도 투입할 수 있다. 대구시는 동성로를 글로벌 쇼핑 관광지와 버스킹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문기관 컨설팅과 상인회 대상 사업설명회를 통한 상권 활성화의 세부 전략도 포함됐다. 또 대구시는 도심 공실을 활용해 대구경북권 대학 도심캠퍼스를 도입해 젊은이들을 모으고,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도 경찰과 협의해 일부 해제할 방침이다. 동성로 대구백화점의 경우 적극적인 상권 활성화 사업으로 매각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각과정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관련 규제 개선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성로를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도심 상권 특유의 볼거리·놀 거리·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편해 도심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동성로 상인회장은 “지난 4월 홍 시장이 동성로를 둘러봤을 때 상인회에서 요구한 개선방안이 있다. 대구시가 이걸 프로젝트에 담아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주차장을 늘리고 대구백화점 매각 문제도 해결됐으면 하는 게 상인들의 바람이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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