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한국‧일본 선수가 레인저스 아닌 셀틱으로 가는 이유는?

김식 2023. 7.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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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 K리그의 양현준(강원)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한국대표팀 공격수 오현규를 보유하고 있는 셀틱은 양현준 외에도 2명의 한국 선수를 영입 후보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게다가 셀틱은 6명의 일본 선수가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

셀틱에서 뛰었거나 현재 소속되어 있는 동북아시아의 국가대표 선수는 13명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8명을 배출한 일본을 선두로 한국(3명), 중국(2명)이 뒤를 따르고 있다. 셀틱이 특히 일본과 한국 선수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 축구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클럽과는 달리 셀틱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선수에 개방적인 팀이다. 셀틱이 영입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는 인도 출신의 아마추어 모하메드 살림이다. 맨발로 축구를 했던 살림은 관계자들을 매료시켰고, 1936년 셀틱의 일원이 되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셀틱은 실력만 보고 선수를 뽑은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 선수들의 셀틱행은 본격화된다. 일본대표팀의 나카무라 슌스케는 2005년 셀틱에 입단해 4시즌 동안 128경기에 출전해 29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슌스케는 2007년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스코틀랜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기성용 선수가 2009년 셀틱에 입단할 당시에는 이미 클럽에 중국의 정즈와 일본의 미즈노 코키가 있었다. 유럽의 한 클럽에서 한중〮일〮 선수가 같이 뛰는 최초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성용, 차두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3번째로 셀틱에 합류한 오현규. 태극기를 두르고 2022-23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오현규 인스타그램 


최근 셀틱이 아시아 선수 영입에 좀 더 적극적인 것은 2021년부터 2년 동안 클럽을 성공적으로 이끈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영향 때문이다. 그리스 출신의 호주인 포스테코글루는 호주대표팀을 아시안컵 정상에 올려놓았고,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셀틱 감독이 된 그는 자신이 잘 아는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3~24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을 지휘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 감독의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셀틱은 한국, 일본 선수에 대한 관심을 계속 보이고 있다. 사진=토트넘 홈페이지  


제도적 변화도 셀틱의 동북아시아 선수 영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출신 선수도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에서 뛰려면 워크 퍼밋(취업 비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럽 선수 영입이 까다롭게 바뀐 덕분에 영국리그를 목표로 하는 비유럽 선수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스코틀랜드 리그가 EPL보다 느슨한 워크 퍼밋 규정을 가진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잉글랜드나 유럽 부자 구단들에 비해 자금이 넉넉지 않은 셀틱에게 아시아리그에서 건너오는 선수들의 저렴한 몸값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후루하시 쿄고, 마에다 다이젠, 하타테 레오는 셀틱이 J리그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영입하고도 성공한 케이스다. 이러자 리그의 하이버니안과 머더웰 등도 재능 있고 가성비가 좋은 J리그의 젊은 선수와 계약을 맺게 된다.

2022-23시즌 도메스틱 트레블을 기록한 셀틱. 브렉시트 후 잉글랜드 클럽은 젊은 재능을 찾기 위해 남미를 뒤지고 있으나, 셀틱은 아시아를 주목했다. 사진=오현규 인스타그램


셀틱을 얘기할 때 레인저스가 빠질 수 없다. 스코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두 클럽이 맞붙는 ‘올드 펌 더비’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다. 이들의 경기는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셀틱과 레인저스가 가진 라이벌 의식은 종교(가톨릭 vs 신교도), 정치(노동당 vs 보수당), 민족(아일랜드 이민자 vs 스코틀랜드 원주민) 등의 이유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인저스를 거쳐 간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는 몇 명일까? 한 명도 없다.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결과는 똑같다. 클럽은 151년 역사 동안 총 51개국의 국가대표 선수를 영입했으나, 단 한 명의 아시아 선수도 여기에 속하지 못했다.

레인저스가 철저하게 아시아 선수를 외면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필자는 다각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팬클럽 게시판도 뒤졌고, 질문을 올려 그들의 답변도 들었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레인저스는 셀틱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아시아 시장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레인저스의 폐쇄성은 그들의 반가톨릭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20세기 초부터 레인저스는 가톨릭교도 선수와 계약하지 않았고, 가톨릭 교인은 클럽에 취업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가톨릭교도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레인저스를 떠난 선수도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1989년 가톨릭 신자인 모 존스턴을 영입하며 폐지됐다. 그러자 팬들은 자신의 시즌 티켓을 불태우며 강력히 반발했다고 한다. 선수단 내에서도 불만이 나와, 존스턴 영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레인저스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에 반해 셀틱은 선수를 영입할 때 종교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클럽이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레인저스 팬도 일부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인전스가 예전에 가졌던 반 가톨릭 정책도 불문율이었고, 클럽은 당시 이러한 정책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부인했던 전력이 있다.

2022 월드컵이 끝난 후 셀틱과 레인저스 등이 조규성 선수를 노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에 레인저스의 팬클럽인 ‘아이브록스 노이스(Ibrox Noise)’는 홈페이지와 독일의 축구미디어 ‘원 풋볼’ 등을 통해 상당히 거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레인저스의 명성을 이용해 선수의 가치를 높이려는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 레인저스는 아시아 선수나 시장에 관심이 없다. 클럽의 시장은 유럽에 국한한다”고 한다.

필자가 특히 놀란 점은 조규성을 가리켜 “Sung or whatever(성이든 뭐든, 성은 조규성을 의미)”라고 표기한 것이다. 또한 “레인저스 팬들은 아시아 선수보다 치킨차우멘(chicken chow mein, 중국식 볶음국수)에 관심이 더 많다”라는 표현에서도 인종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셀틱 소속의 일본 선수가 일부 레인저스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스코틀랜드 리그에 관심이 있는 축구 선수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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