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모'에 '쓰앵님'?…정치권, 스레드 사용법 '열공'
반말로 소소한 일상 전달…"아직은 눈팅"
'홍카콜라' 홍준표 계정 만들고 '침묵'
“정치인 체면 생각해 '스팔(스레드 팔로우)' 좀 해줘라”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스레드를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나는 국민의힘 소속이라 쓰앵님(스레드에서 잘 노는 사람)들을 쉴새 없이 웃겨야 겨우 선방"이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면 메시지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데, 가벼운 일상이나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그동안은 통로가 별로 없었다”며 “스레드는 조금 더 캐주얼하다 보니 훨씬 더 가벼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굳이 해석되지 않다 보니 농담도 가볍게 할 수 있어서 재밌다”고 강조했다.
반모, 쓰님, 쓰팔완…친근함 무장한 정치인
여의도 정치권이 스레드 돌풍에 올라탔다. 일찌감치 ‘반모’(반말모드)로 스레드를 시작한 정치인들은 '쓰님(스님, 스레드님)', '쓰팔(스레드 팔로우)', '쓰팔완(쓰레드 팔로우 완료)' 등 스레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구사하며 유저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스레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가 내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지난 6일 출시된 이후 나흘만에 전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지난 11일 스레드 애플리케이션 설치자 수가 100만명을 넘겼다.
국내 정치권에선 스레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 SNS와 차별성을 꼽는다. 스레드는 500자 이내의 짧은 글만 올릴 수 있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처럼 긴 글을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글을 쓰려면 무조건 사진을 첨부해야 했지만, 스레드는 필수가 아니다.
여기에 '친근함'도 장점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그동안 페이스북에 자신의 견해를 자주 썼는데, 딱딱한 표현으로 인해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의 앞글자만 가져온 신조어)'의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스레드에선 대부분 반말을 사용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는 주로 호흡이 긴 글이 올라가기 때문에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작성했는데 스레드에는 그런 글이 올라오면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 읽을 것 같다”며 “간단한 생각이나 정보를 전할 때 스레드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경준 의원, 스레드엔 '침수 시 강남구청 치수과 신고'…페북엔 장문 글
실제 국회의원들은 페이스북과 스레드를 각각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삼성·대치·도곡)을 지역구로 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전화번호를 스레드에 게시했다. 이와 함께 유 의원은 “도로 침수 등 피해 발생 시 119나 강남구청 치수과로 신고”라고 적었다. 수도권 집중호우 때면 침수가 잦은 강남구민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대치역사거리 일대 배수 개선사업 주민설명회’ 참석 사진과 함께 침수 피해가 없길 바란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스레드와 다른 SNS의 차별성을 확실하게 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도 활발하게 스레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소개글에서 “여기는 페북이랑 인스타랑 다르게 반말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할 거다”라며 “팔로우 하자”라고 말했다. 게시글에서도 “구기 구워 먹는다. 질문 받는다”, “아침 경춘선은 오랜만이다”, “나 아직 안 잔다” 등의 글로 반말을 사용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13일 오후 4시30분 기준 이 전 대표의 스레드 팔로워는 1만3000명을 넘겼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반모’를 적극 사용한다. 김 도지사는 “야자게임 어떠신가요? 반말로 질문해주시면 퇴근하면서 답글 달아보겠습니다. 댓글 달아봐”라고 적었다. 이에 팔로워들이 “굿밤 되길 바랄게”. “나랑 작년에 사진 찍은 거 기억나?” 등의 글을 올리자 “굿밤”, “어렵다. 어디지?” 등의 답글을 달았다. 이 외에도 김 도지사는 “경기도 오늘 비 많이 온다. 다들 우산 챙기고”, “어제 올린 글 직원들한테 걸려서 폰 2주간 압수당할 뻔했다” 등의 글을 올려 팔로워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본인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창문 앞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이틀째 눈팅 중" …오세훈·홍준표, 스레드 계정 만들고 침묵
다만 계정을 만든 정치인들 사이에선 운영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물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은 스레드를 만들어놓고 아직까지 아무런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첫 스레드를 고민하는 데 3일 걸렸습니다. 지금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라는 글만 올려둔 상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또한 “이틀째 눈팅중인데 스레드는 또 어떻게 써야 하는가 여전히 고민이 되네요”라고 적어뒀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계정은 만들었다”며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는 앞으로 더 고민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초반에 스레드 계전을 만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허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곽승용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공유하며 스레드 시작을 알렸지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스레드를 운영하고 있다. 허 의원은 “존댓말을 했더니 ‘무겁게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댓글로는 반말도 해봤다”며 “어떤 반응들이 있을지 한번 즐겁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레드를 관망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가 몇 년 전 유행했으나 그 인기가 오래 가지 못하고 금방 시들었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초반에 목소리 큰 분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클럽하우스라는 흑역사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반말이 대세라고 갑자기 무게 잡던 분들이 반말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환호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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