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다카사키] 맏언니에 주장 역할까지…이경은이 이를 더욱 악무는 이유
김명석 2023. 7. 15. 08:31
이경은(36·신한은행)에게 새 시즌은 의미가 남다르다. 주장 역할을 다시 맡은 데다, 나이로도 맏언니가 됐기 때문이다.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으로, 때로는 동생들을 보듬는 언니로 새 시즌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팀 전력에 대한 혹평에 이를 더욱 악물고, 동생들에게는 진심 어린 조건을 아끼지 않는 맏언니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경은은 지난 4월 신한은행과 2년 더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자유계약 대상자였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대신 잔류를 택했다. 최고참이었던 한채진이 은퇴하면서 팀 내 맏언니가 됐고, 2020~21시즌 역임했던 주장 역할도 다시 맡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책임감을 가지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이경은은 “작년에는 (한)채진 언니가 있었다면, 이제는 혼자 고참 역할을 해야 하니 부담스러운 게 있긴 하다”고 웃어 보였다. 14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아레나에서 진행된 W리그 서머캠프 2023 in 다카사키 대비 훈련장에서다. 이경은은 국가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지난주 곧바로 팀에 합류해 일본 전지훈련을 동행하고 있다.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만들면서 동시에 팀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강)계리나 (김)아름이 등 오래 같이 있었던 선수들이 제가 못하는 부분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지만, 주장과 맏언니 역할 모두를 맡는 건 분명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두 역할 사이에서 적잖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의 훈련 분위기가 있는데, 긴장도가 떨어진다 싶으면 빨리 캐치해서 카리스마 있는 주장 역할을 한다. 반대로 감독님이 화를 내시면 맏언니로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값진 조언이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이제는 이경은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대표적인 게 어린 선수들을 향한 조언이다. 그는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고 항상 이야기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나는 어리니까’ 이런 마음으로 할 때가 너무 안타깝다. 감독님이 어린 선수들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시는데, 선수들은 경기에 들어가면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모습들을 보여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들어가서 적극적이고 자기가 잘하는 거 하면 된다. 그런데 생각이 너무 많고, ‘어떡하지’ 이런 게 눈에 보인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고 파이팅과 에너지 넘치는 부분들을 보여줘야 한다. ‘왜 나이 든 할머니처럼, 30대 후반 언니들처럼 농구를 하느냐’고 화를 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후배들이 새겨들어야 프로 18년차 대선배의 값진 조언이기도 하다.
베테랑을 넘어 주장이자 맏언니가 됐으니, 팀 전력에 대해 썩 좋지 않은 평가가 들리는 건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그다. 실제 신한은행은 한채진의 은퇴로 빈자리가 생겼고, 유승희가 떠난 대신 김지영이 새로 유니폼을 입었다. 어쨌든 나간 선수가 더 많으니 새 시즌 신한은행의 전력에 대한 호평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경은도 더욱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느 팀이든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듣는 건 좋지 않을 거다. 그래도 차라리 그런 게 자극제가 된다. 연습할 때도 조금 더 긴장하면서 할 수 있고, 이를 악물고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주장이자 맏언니의 마음가짐은 자연스레 팀 전체로 스며들게 된다. 신한은행이 이경은에게 동행을 제안한 이유, 주장 역할까지 다시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프로팀들과의 세 차례 평가전 역시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국가대표팀 경기 등 피로도가 클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훈련장에서 열심히 뛰면서 선수들을 이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경은은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후배들이 많은 걸 배우기를 바라고 있다. 확실한 소득을 얻고 귀국길에 오르는 게 최대 목표다.
이경은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과 격차가 점점 많이 나는 것 같다. 어느덧 일본의 농구를 받아들이고, 배울 건 배워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것처럼 직접 부딪혀 보고, 직접 느끼고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너무 어려운 상대인 만큼 긴장하고 해야 된다. 물론 항상 이기기 위해 경기를 준비하지만, 일본 자체의 농구 수준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더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앞선 일본 전지훈련과 이번 서머캠프를 앞두고 원하신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뤄내야 한다”며 “작년엔 9월에야 완전체 전력으로 연습을 했다. 이번에는 더 일찍 시작을 했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도 많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 일본에서 우리팀이 만들어가야 할 것들을 빨리 따라가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일본에서 이 정도는 했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경은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15일 히메지 이글레츠(지난 시즌 13위·총 14개 팀)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6일 도쿄 하네다(11위), 17일 히타치 하이테크(8위)와 차례로 격돌한다. 또 다른 WKBL 참가 팀인 KB는 같은 날 야마나시(12위), ENEOS(4위), 아란마레(10위)와 맞대결을 치른다.
다카사키(일본)=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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