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드디어 나왔네 렉서스 전기차…주행감성, 더 부드러워졌다
쿠페형 스타일 '일렉트릭 RZ'
스핀들 보디로 공기역학 디자인
차와 일체감 느끼도록 실내 설계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
7년만에 선보인 RX 5세대 모델
RX500h, 터보 하이브리드와
바이폴라 니켈메탈 배터리 결합
십수 년 전 렉서스를 처음 탔을 때 접한 강렬한 인상은 아직도 또렷합니다. 차를 이렇게 조용히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구나, 공학기술을 극단으로 갈고 닦는다면 이런 식의 결과물도 나올 수 있겠다는 걸 알았죠. 자잘한 고장이 적은 터라 렉서스의 진가는 차를 5년 이상 몰아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는데 그보다 소음·진동·떨림(NVH)을 제어하는 실력이 더 궁금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이야 독일 고가 브랜드가 많이 팔리는 시대지만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일본차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선봉에 선 건 렉서스였습니다. 정숙성과 내구성을 앞세워 이전까지는 사치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던 수입차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많이 낮췄습니다. 지금처럼 수입차 시장이 커진 데 적잖이 기여한 셈입니다. 수년 전 국내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번진 데다, 최근 들어선 전동화 흐름에 뒤처진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으면서 렉서스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와신상담의 결과물, 첫 전용전기차 RZ와 국내외서 수요가 꾸준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X의 최신 모델을 최근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렉서스가 이제서야 첫 전기차를 냈습니다.
△네, RZ는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전기차 맞습니다. 렉서스와 모회사격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가장 먼저 만들었고 지금도 가장 많이 파는 메이커입니다. 하이브리드에 모터와 배터리를 쓰는 만큼, 엔진이 없는 순수전기차라고 해도 구동계와 관련한 기술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오히려 완성차 업계에선 도요타·렉서스의 순수전기차 출시가 늦은 걸 두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 왔습니다.
이번에 타본 모델은 디올뉴 일렉트릭 RZ 450e로 날렵한 느낌을 주는 쿠페형 스타일의 SUV입니다. 크기로 치면 기존 중형 NX와 준대형 RX의 중간 정도에 자리 잡습니다. 앞모습은 고유의 디자인 스핀들 그릴을 발전시킨 스핀들 보디로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공기역학계수는 0.29cd로 그간 렉서스가 만든 SUV 가운데 가장 좋은 편입니다. 외관 뒤쪽은 일자형 후면등을 기반으로 리어램프를 L자형으로 했습니다. 새로 디자인한 브랜드 엠블럼도 과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실내 디자인, 특히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설계가 눈에 띕니다. 타즈나 콘셉트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일본어로 말의 고삐라고 합니다. 운전자가 차량과 일체감을 느껴 편안하게 운전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고가 트림(럭셔리)에 적용된 대형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도 인상적입니다. 통상 선루프가 있는 차량은 모터가 달린 가림막이 있는데, 이 차의 선루프는 버튼을 눌러 빛의 투과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모터와 가림막이 없어지면서 실내 탑승자 머리 부분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기차의 경우 탄소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재활용 소재를 많이 쓰는 편인데, 이 차에 쓰인 울트라스웨이드는 식물성 소재임에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충족합니다. 조수석 글로브박스를 없앴는데 이에 대해선 반감을 갖는 이도 있겠네요.
전기차, 승차감은 불편하지 않나요.
△RZ는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입니다. 대다수 메이커가 전기차 전용모델을 개발할 때 후륜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다른데, 이는 기본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앞쪽 모터가 150㎾, 뒤쪽이 80㎾로 합산 출력은 312마력입니다. 초기 가속 때 영향을 주는 전후방 토크는 100대 0부터 0대 100까지 정밀하게 조정한다고 합니다.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초기 가속이 가능한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건 정숙하고 쾌적한 주행을 지향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시내나 일반 고속도로 주행 시 초기 가속이나 일정 부분 속도를 낸 후에도 부족하다는 인상은 전혀 없습니다. 속도를 올려 회전구간을 지날 때도 바퀴가 도로를 매끈하게 잡아주는 듯한 부드러운 주행감성은 렉서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한층 갈고 닦은 결과물일 겁니다. 회생제동이 상대적으로 울컥거리는 느낌이 덜한데 이 역시 고유의 주행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설정인 듯합니다.
신형 RX, 무엇이 달라졌나요.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RX는 7년 만에 선보이는 5세대 모델입니다. 그만큼 이미 농익은 상품성으로 충분히 시장에서 검증받았다는 뜻이겠죠. 신형 RX 역시 RZ와 마찬가지로 외관은 스핀들 보디와 무게중심을 낮춘 날렵한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실내 역시 타즈나 콘셉트를 적용했습니다.
RX 개발을 총괄했던 오노 타카아키 수석엔지니어가 신차를 설명하면서 했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운전자를)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자동차를 염두에 뒀다"고 했습니다. 별다른 은유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운전대를 잡고 주행하면서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차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브랜드의 핵심 모델로 그간 성공 가도를 달렸던 터라, 개발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는데 토요다 아키오 현 도요타 회장은 "실패해도 좋으니 다양한 시도를 해봐라"라고 개발진을 격려했다고 하네요.
하이브리드 주행은 심심하지 않을까요.
△시승한 모델은 RX 가운데 가장 고사양의 RX500h F스포트 퍼포먼스였습니다. 국내엔 이 밖에 기본형 하이브리드인 RX350h, 플러그인하이브리드 450h플러스까지 세 가지 트림을 고를 수 있습니다. RX500h는 2.4ℓ 터보 하이브리드와 바이폴라 니켈메탈 배터리를 결합했습니다. 뒷바퀴는 76㎾ 모터가 들어간 이(e)액슬을 배치, 달리는 능력에 힘을 보탭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100대 0에서 20대 80까지 앞뒤 바퀴의 토크를 제어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이내믹 리어 스티어링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주행 상황에 맞춰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방향이나 반대쪽으로 조향합니다. 회전반경을 줄여 주행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느긋한 여유를 주는 주행감성을 기본으로 하나 회전구간이나 요철을 지날 때면 탄탄한 인상도 풍깁니다. 고성능 트림인 만큼 달리는 능력도 충분히 갖췄다는 걸 애써 숨기지 않습니다.
인제=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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