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일도 핸드폰 게임처럼…'게임화'의 역습
게임화 통해 인간 동기 부여 효과
생산성 향상 넛지 VS 인간 옥죄는 멍에
요즘엔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즐깁니다.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도 게임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이 쾌적해질까요. 놀랍게도 이런 발상에서 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최근 우리의 일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일명 '게임화(Gamification)'라고 불리는 서비스입니다.
하기 싫은 일도 게임처럼…일상 침투한 게임화 앱
게임화의 사례는 일상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사례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만보 걷기' 앱이 있습니다. 만보 걷기는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소지자의 걸음 수를 자동 측정하는 간단한 앱입니다.
하지만 일부 만보 걷기 앱은 보험사 등과 제휴해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합니다. 1일 특정 걸음 수를 채우는 데 성공하면 약간의 금액을 환급하는 방식입니다. 매일 미션을 주고 그 미션을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전형적인 '게임화' 앱의 사례입니다.
자기 계발에도 게임화 앱이 접목되곤 합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외국어 학습 사이트 '듀오링고'의 경우 학습과 롤플레잉 게임(RPG)을 접목했습니다.
학습자가 앱에 로그인한 뒤 매일 진도를 나가면 그에 맞춰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 업'을 합니다. 실제 학습 진도를 마치 게임 캐릭터의 성장에 비유한 게임화 사례입니다.
게임은 인간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이처럼 게임화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웹사이트나 앱에서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위해 '게임 플레이 기법'을 도입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동일한 서비스라도 게임화를 거치면 소비자의 체감 만족도는 더 높아집니다.
어째서 인간은 게임화에 끌리는 걸까요. 게임은 간단한 법칙을 가진 활동입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얻는 행위죠.
우리 인간의 두뇌는 특정한 행동을 완료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도파민이 분비될 때 우리는 흥분과 의욕을 얻게 됩니다.
도파민은 운동, 공부, 자기 계발 등 우리가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 꾸준히 동기를 유발하는 중요한 물질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고 보상을 얻을 때도 분비됩니다.
게임과 다른 활동이 가장 다른 점은 게임은 '목표'와 시·청각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임 안에서 우리는 미션의 진척 속도를 게이지나 캐릭터 상태, 레벨 수치 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상 효과도 더욱더 극적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작업이라도 게임화를 거치면 인간은 훨씬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목표도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한 자극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훨씬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넛지(nudge)'라고 합니다.
게임화, 생산성 혁신일까 인간 쥐어짜는 도구일까
하지만 게임화가 반드시 순기능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직장에서 업무를 '게임화'하면 어떻게 될까요. 직장인이 업무에 더 몰입해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지만, 어쩌면 기업이 인간을 한계 끝까지 쥐어 짜내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넣게 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이 딜레마가 실제 논란으로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2021년 미국의 거대 유통 기업 '아마존'은 미국 내 한 물류센터에 '게임화 프로그램' 도입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 내부 정보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최초 보도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FC Games(FC 게임스)'입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각 노동자의 '점수'가 오르고, 그 점수를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자발적 경쟁을 유도하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이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이 얻은 점수를 사내 포인트로 바꿔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시 아마존 측은 게임화 프로그램에 대해 "게임은 전 직원 강제가 아닌 옵션이고, 직원들은 이런 옵션이 즐거웠다고 말한다"라며 "우리는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였고 더 많은 물류센터로 (프로그램을) 확장하길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게임화 프로그램이 남용될 경우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안 그래도 열악한 물류센터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지금껏 개발된 수많은 기술이 그렇듯이, 게임화 또한 기술을 도입하는 주체와 규제 기관의 적절한 감독에 따라 인간의 삶을 증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우리를 옥죄는 멍에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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