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보험업 강화하지만...떨어지는 M&A 여력 어쩌나

조계원 2023. 7. 15.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1Q말 이중레버리지 비율 123%
KDB생명 인수 시 규제비율 130% 근접
금산분리 완화 이후 대응능력 하락 전망
하나금융그룹 본사.   쿠키뉴스DB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인수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그룹의 비은행 수익을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출자여력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KDB생명 인수에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그룹의 출자여력이 대부분 소모되는 만큼 향후 ‘빅딜’을 통한 비은행 경쟁력 강화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향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에 대비해 출자여력을 비축하고 있는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신사업 확대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말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3%를 기록했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출자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금융회사의 재무안전성 지표 중 하나로, 이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부채로 자회사 출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의 현행 이중레버리지 감독 비율은 130%다. 하나금융은 감독비율까지 1조2800억원(7%P)의 출자여력을 보유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1조2800억원 규모의 출자여력을 바탕으로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인수 가격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KDB생명의 악화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7000억원의 수준의 출자금과 기타비용까지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이번 M&A에는 1조원 내외의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18.9%까지 떨어진 비은행 부문 수익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올해 중점 추진 사항 중 하나로 그는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따라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KDB생명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9%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본확충 없이는 추가 M&A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확충이 가능하지만 이는 곧 이자비용 증가를 불러온다. 하나금융의 발행금융채권 이자는 지난해 연간 1조342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42.4% 늘어났다. 

하나금융의 출자여력은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1분기말 기준 신한금융그룹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09%, KB금융그룹은 102%, 우리금융그룹은 95%, 농협금융은 119%를 기록했다. 123%를 보이는 하나금융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의 낮은 출자여력은 향후 해외진출이나 신사업 확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지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제도개선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맞춰 금융지주의 비금융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 분야를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출자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이같은 출자여력은 규제 완화 이후 다른 금융지주와 동일선상에서 출발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이번 KDB생명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하나금융 주가 종목토론실에는 이번 KDB생명 인수를 두고 ‘악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를 주목하고 있다. KDB생명 인수가 하나금융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향은)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규모에 달려있다”며 “인수자금 및 추가 투입자금 규모,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추가로 견해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 및 출자여력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수 여부는 실사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9주 간의 실사 이후 인수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