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오락가락했다…다시 주목받는 수질기준 COD의 과거

강찬수 2023. 7.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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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직원이 지난해 6월 20일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COD의 기구한 운명을 살펴보려 합니다.
한때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대서양의 대구(cod)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이 맑은지, 오염됐는지를 평가하는 수질 환경 기준 항목 가운데 하나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hemical Oxygen Demand)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COD를 놓고 ‘기구한 운명’이라는 게 왜 붙었을까요?
COD란 항목이 수질 기준에 들어갔다가, 빠졌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다시 빠진 지난 40년 동안의 기막힌 상황 때문입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감사원은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왜 COD 항목으로 수질을 평가했느냐"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보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철거를 결정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수질 악화 판단 근거로 COD 항목을 사용했는데, 법적 근거 없이 COD 수치를 사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입니다.

그래서 COD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감사원의 시각은 옳은 것일까요?


물속 유기물 농도 측정 항목


낙동강 녹조 수질 시료. 강찬수 기자
우선 COD 자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COD는 물속 유기물의 양을 측정하는 항목입니다. 산화제를 투입해 물속 유기물을 산화시키는 방식으로 측정합니다.
물속 유기물을 산화하는 데 들어가는 산화제의 양으로 유기물의 양을 산정하는 방법입니다.

유기물이 많을수록 산화제도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산화제로는 과망간산칼륨이나 중크롬산칼륨 등을 사용합니다.

이에 비해 생물화학적 혹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라고도 부르는 BOD(Biological Oxygen Demand)는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소비한 산소의 양으로 유기물 양을 산정합니다.
산소를 충분히 불어 넣은 다음 25℃에서 5일간 배양한 뒤 줄어든 용존산소량(DO)을 측정합니다. 5일 동안 줄어든 용존산소가 BOD입니다.

COD나 BOD 둘 다 유기물 오염을 측정하는 것인데, BOD는 유기물 중에서도 미생물이 비교적 빠르게 분해할 수 있는 유기물의 양만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 미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유해물질이 들어있으면 분해속도가 느려져 BOD가 오히려 낮게 평가되기도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COD는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것까지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료를 분석할 때도 BOD보다는 COD의 유기물 오염 수치가 더 높게 나옵니다.
둘 다 ppm으로 오염 수치를 표시하는데, 보통 COD 수치가 더 높습니다.


1978년 측정 항목으로 첫 도입


20여 년 전 인천 남동공단의 폐수처리장 모습. 중앙포토
이제 본격적으로 COD의 역사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국내에서 COD가 수질항목에 포함된 게 1978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자료로는 잘 확인이 안 됩니다.

41년 전인 1982년 환경부나 환경처도 아닌 환경청이 발간한 '환경보전'이란 책자를 보면, 요즘으로 따지면 '환경백서'에 해당하는 책입니다만, 당시에는 하천 수질 평가는 BOD로만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단 방류수를 언급한 부분에서만 유일하게 COD가 등장합니다.

시간이 지나 1990년 환경백서를 보면 수질오염 지표로 COD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수질 측정항목에도 확실히 포함돼 있다.


1991년 전경련 로비로 삭제


1996년 10월 27일 대구염색공단에서 흘러나온 공장폐수로 인해 시꺼멓게 변해버린 강물이 금호강으로 유입돼 영남지방의 젖줄인 낙동강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데 1991년 환경청에서 승격한 지 1년밖에 안 된 환경처는 하천 수질 기준에서 COD를 삭제했습니다.

1991년 2월 1일 시행한 개정 ‘환경정책기본법’ 규정에서는 하천의 기준설정 항목에서 COD를, 호소의 기준설정 항목에서는 BOD를 삭제했습니다.

호수(호소) 수질 기준에는 COD를 그대로 둔 채로 하천 수질에서만 기준을 삭제한 것입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보면 일본 기준과 같게 맞췄다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 활동 규제 관련 대정부 건의’를 통해 환경처에 강하게 로비한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COD는 공장 폐수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에서는 주로 하천으로 방류하고, 호수(댐 저수지)로는 방류하지는 않거든요.
하천 수질이 악화해 문제로 지적되면, 거기에 방류하는 공장으로서도 곤란한 일이었기에 기업들로서는 수치가 높게 나오는 COD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당시 환경처는 "일반적으로 물이 고여 있는 호수에는 난분해성 물질이 많기 때문에 COD를, 물이 흐르는 하천은 BOD로 측정하는 게 맞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댔습니다.


2009년 하천 기준으로 복원돼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중앙포토
하천 수질 기준에서 빠질 때부터, 그리고 빠진 후에도 계속 논란이 됐습니다.

바로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 때문입니다.

1998년 환경부는 팔당호 수질을 '2급수'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BOD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팔당호는 호수라서 COD를 적용해야 하고, COD로는 '3급수'라고 반박했습니다.
3급수라면 수돗물을 만들 때 고도정수처리를 해야 하므로 환경부나 환경단체로서는 민감한 사안이고,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이 논쟁은 팔당호가 하천이냐, 호수냐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환경부는 "팔당호는 체류 시간이 5.4일에 불과하고 평균 수심도 6.7m로 얕은 편이어서 '하천형 호수'로 분류하고 하천 수질 기준을 적용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수질 전문가들은 "호소수질관리법에서 호수는 '댐이나 제방 등을 쌓아 하천·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가둬 둔 곳'으로 정의하고 있고 상식적으로도 팔당호는 호수임이 분명하다"고 맞섰습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2009년 환경부는 COD 항목을 하천 수질 기준으로 다시 복원했습니다.

환경부는 "산업 발달로 수계에 물속에서 분해가 잘 안 되는 화학물질이 많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라면서 "BOD 지표만으로는 하천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판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천에는 BOD와 COD 항목을, 호수에는 COD 항목을 측정하게 됐습니다.


TOC 도입하면서 삭제 예고


지난달 2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환경부는 해당 지점 조류(녹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2010년 새로운 것을 시도합니다. COD 대신에 TOC를 도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TOC는 총유기탄소(Total Organic Carbon)를 말합니다. 물속 탄소를 다 태워서 이산화탄소로 만들어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COD보다는 더 많이, 더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2010년 10월 12일 환경부는 '공공수역 유기물질 환경기준 선진화 공청회'를 열었고, 2011년 11월 29일에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문제를 다루는 '수질 및 수생태계 선진화 포럼'도 개최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환경부는 2013년 하천 수질 기준에 TOC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환경기준을 담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별표에서 하천과 호소의 수질평가 항목 중 COD는 2015년 말까지만 적용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COD는 2016년부터 법정 항목에서 빠지게 된 것입니다.

하천뿐만 아니라 공장 폐수 수질 분석도 COD 대신 TOC로 전환했습니다.
신규 오염물질배출 시설은 2020년 1월부터 적용했고, 기존 시설도 2022년 초부터 적용했습니다. 공공폐수시설도 2021년 1월부터 적용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4대강 감사에 '불똥'


지난 4월 정부는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은 지난 정부에서 상시 개방이 결정된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불똥은 이상한 데로 튀었습니다. COD와 TOC 문제가 4대강 사업, 특히 보 철거 문제로 번진 것입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다음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또 한 번의 감사를 진행하면서 COD 항목의 기구한 운명도 다시 조명을 받게 됐습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는데도,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수질이 악화한 것처럼 평가해서 보를 철거토록 결정했다는 지적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수문 개방에 반발해온 모 단체가 정권이 바뀐 뒤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한 것입니다.

감사원은 수질을 평가할 때 7가지 항목을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개선된 항목 수가 나빠진 항목 숫자보다 많으니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봐야 하는데도 보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못이 아니냐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 COD의 경우는 2016년부터 환경부 법적 수질 항목에서 빠졌으니 COD로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4대강 사업에도 수질 논란 계속


지난해 여름 낙동강 본류 취수장 취수구 주변에 발생한 녹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이런 감사원의 이런 접근은 과연 타당할까요.
22조50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4대강 사업비 가운데 2조5000억 원은 수질 개선 사업비였습니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한 이명박 정부는 강을 준설하고, 보를 쌓아 물을 담으면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수처리장을 보강하는 등에 2조5000억 원을 썼고, 그 이후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에서도 수질 개선에 돈이 더 들어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방의 인구는 줄고, 산업 활동도 크게 더 활발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염 배출이 많이 늘어날 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4대강 수질은 맑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물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장담했으니, 그리고 막대한 예산을 계속 퍼부었으니, 물은 과거보다 더 맑아야 합니다.

수질 평가 7개 항목이 모두 다 나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최소한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7개 항목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더 나빠지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4대강 사업의 취지나 목적에 맞습니다.

반대로 7개 항목 중에서 하나라도 4대강 사업 전보다 나빠졌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1개 항목이라도 나빠졌다면 헛돈을 들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7개 항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4개 항목, 5개 항목에서 더 나아졌다고 해서 기뻐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 4대강 사업 찬성론자 입장에서는 사업 이후 수질이 나빠진 것을 나타내는 COD 항목이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투자에 질소·인 개선


낙동강 강정지점의 2004~2022년 항목별 연평균 수질 변화. 강정 지점의 경우 4대강 사업(공사기간 2010~2012) 전과 후 수질을 비교하면 BOD와 COD는 악화했고, 부유물질(SS)와 총인(TP), 총질소(TN)은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TOC의 경우 2011년부터 데이터가 있다. [자료: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조회]
7개 항목 가운데 총질소와 총인, 그리고 BOD는 당연히 수치가 낮아져야 합니다.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질소와 인을 제거하기 위해 처리시설을 강화했고, BOD도 방류수 수질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만큼 강물에서 측정한 측정치도 개선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또 다른 수질항목인 부유물질(SS)은 흐르는 강에서 정체 상태로 바뀌면 일정 정도는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물에 떠 있던 게 정체되면 바닥으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물플랑크톤이 많이 자라면 SS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흙탕물로 들어오는 SS에 비길 수는 없습니다.

나머지 엽록소a와 용존산소(DO)는 수층 어디를 어떻게 채수하느냐도 관건입니다.
물 시료를 표층을 채수하느냐, 중층 또는 저층을 취수하느냐에 따라 측정되는 수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표층을 취수하면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남조류)의 엽록소a가 높게 측정될 것입니다.
호수가 된 4대강에서 녹조 발생 때는 바닥층의 용존산소가 고갈되는데, 이를 반영했다면 DO가 나쁘게 평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COD는 왜 나빠졌을까?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 지난달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수질을 측정하는 것은 건강 검진과 같습니다.

좋아진 것보다 더 나빠진 항목이 무엇인지, 왜 나빠졌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COD 항목은 어떨까요?
표에서 보듯이 낙동강 강정지점의 COD 수치를 보면 사업 전보다 확실히 수질이 나빠졌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COD가 악화했다면, 산림 지역이나 농경지 퇴비를 통해 오염물질이 들어온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뿐만 아니라 녹조로 인한 강과 호수 내 유기물 과다 생성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COD 수치는 악화할 수 있습니다.

수질을 개선하려면 정확한 오염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2016년부터 강과 호수의 수질 평가항목에서 COD를 제외하고 TOC(총유기탄소) 항목이 새로 도입했습니다.

BOD보다는 COD가, COD보다는 TOC가 전체 유기물 오염 상황을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OC를 도입했으니 차츰 COD가 악화한 원인도 밝힐 수 있겠지요.
BOD로 측정되는 유기물질은 하수처리장에서 쉽게 제거되는 물질이지만, COD나 TOC로 측정되는 유기물질은 하수처리장에서 제거 안 되는 부분까지 포함합니다.


2013년 이전 TOC 자료 별로 없어


영산강 죽산보.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2019년 2월 22일 5개의 금강·영산강 보 가운데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철거하고 백제보·승촌보 2개는 상시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뉴스1
문제는 TOC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게 2013년이라는 점입니다.

그 전에는 시범적으로 측정했을 뿐이어서 4대강 사업 이전에는 TOC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조사·평가위원회나 환경부가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COD 항목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COD 항목은 지금도 환경부에서 여전히 측정하고 있고, 물 환경정보시스템에서 최근 COD 수치를 계속 업데이트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들을 봐도 2016년 이후 조사에서도 COD를 측정해 수질 변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 법에서 제외했다고 옛 데이터를 다 내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데는 충분히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지금도 계속 측정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COD는 여전히 살아있는 측정 항목입니다.

오히려 BDO 항목이 문제입니다.
BOD는 하천에만 적용되는 항목이고, 호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못 박아놨기 때문입니다.
4대강 16개 보 건설로 생겨난 정체된 수역을 '호수'라고 한다면 4대강에서 BOD 항목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오히려 하천이나 호수 양쪽 모두에 적용됐던 COD를 사용하는 것이 더 맞습니다.


체류 시간 늘리는 보가 녹조 원인


닉동강 구지 오토캠핑장 인근 녹조. 2017년 여름 촬영했다. 강찬수 기자
지금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수질 개선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도 왜 생각만큼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느냐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보가 수질을 악화시키느냐 여부를 따지는 것입니다.

수질이 좋아졌다는 판단 기준은 사람의 건강이 돼야 합니다.
그것은 독소를 생성하는 남세균 녹조 발생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인과 질소를 줄였다 해도, 보로 가로막혀 녹조가 창궐하고 남세균 녹조가 증가했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보로 인해 녹조가 빈발해서 수돗물이 녹조 독소로 오염될까, 농작물이 독소로 오염될까,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이 돼 코로 들어올까 걱정이 점점 커진다면 7가지 항목 가운데 6개, 아니 7개가 다 좋아진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보로 인해 호수로 바뀐 4대강. 흐름이 정체돼 녹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녹조가 없지 않았지만,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녹조가 훨씬 심해졌습니다.
정체된 호수, 부영양화된 호수, 수심이 낮고 수온이 높은 호수…. 결국 녹조 배양장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는 4대강 보가 녹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바닥에 쌓인 펄은 '시한폭탄'


금강 세종보 수문 개방 뒤 드러난 펄. 2018년 5월에 촬영한 것이다. 강찬수 기자
한편, 문재인 정부 당시 4대강 평가를 하면서 보 수문을 임시로 여닫고 하면서 수질을 조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수질 분석이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보로 막힌 10년 동안 강바닥에는 시커먼 펄이 두껍게 쌓였고, 수문을 열면 이 펄이 씻겨 내려가게 됩니다.
드러난 펄이 빗물에 씻겨 강으로 들어오면 강물은 탁해지기 마련이고, 다시 맑아지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4대강 보가 강 수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 수문을 열고 조사를 했는데, 그것조차 반대하는 주장도 많아서 시간에 쫓겨 서둘러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잘 안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펄이 떠올라 일부 수질이 악화한 걸 갖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강바닥에 펄이 쌓이는 건,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면 미세한 입자, 점토 같은 것이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물속 유기물 중에서 난분해성 유기물은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리그닌이나 셀룰로스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펄이 거무튀튀한 색깔을 냅니다. 게다가 강바닥 저층의 산소가 고갈되면 검은색을 띠게 됩니다.

오염물질이 수층에서 퇴적물로 이동하게 되면, 즉 입자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부유물질이 줄어 물이 일부 맑아지기도 합니다.
완전히 녹은 상태의 유기물이나 질소, 인은 그대로이지만, 입자 상태의 유기물이나 질소와 인이 바닥에 가라앉으면 물은 맑아 보입니다.

하지만 바닥에 쌓인 게 영원히 계속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큰물이 내려오면 퇴적토가 충격을 받아 다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살에 씻겨 재부유(resuspension)되는 것입니다.

흙탕물이 일어나고, 하류로 흘러가면서 쌓여있던 게 한꺼번에 강물을 오염시킵니다.
보 바닥의 펄은 수질오염의 '시한폭탄'인 셈입니다.

평상시에도 퇴적층에서 질소·인 등이 녹아 나옵니다.
녹조로 인해 산소가 고갈된 퇴적층에서는 인 성분이 더 잘 배출됩니다.
인은 남세균 녹조를 부추기는 영양물질이지요. 그래서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추세 비교 위해 COD 항목 필요


수문 개방 뒤 하얀 모래가 드러난 금강. 2019년 8월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다. [김종술 씨 제공]
다시 COD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법에서 제외되면서 환경기준으로 적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측정 분석까지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과거와 비교하려면, 측정의 연속성이란 측면에서는 현재는 TOC보다는 COD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TOC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게 2013년이고, 그 전에는 시범적으로 측정했을 뿐입니다.

팔당호같이 중요한 지점도 2008년 이전에는 TOC 자료가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이 2009년부터 시작됐으니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를 수질 변화를 TOC로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도 환경부 물 환경정보센터 자료에서는 TOC, COD, BOD 자료가 함께 올라오고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과거와 비교하려면 그게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100년 전부터 흰색 접시(세키 디스크)에 줄을 묶어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호수나 강, 바다의 투명도를 측정합니다.
지금은 다들 인공위성 등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만, 100년 전 그 흰색 접시로 측정한 데이터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장기 변화 추세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이고 그 헌법 아래에서 산다고 해서,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없애든지, 잊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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