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한반도기 왜 줘요?"…'통일교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통일된 것도 아닌데 왜 한반도기를 나눠주나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5월 통일교육 주간을 맞아 학생들에게 한반도기 배지를 나눠줬다. 이후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왔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연상하게 한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학교 교장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교사가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지를 배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동성명, 한반도기의 의미나 사용에 대해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사과하고 배지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통일 교육이 위축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부와 통일부는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매년 5월 넷째 주를 통일교육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교육청 본예산안에서는 통일교육 예산이 삭감됐다가 2차 추경에서야 일부가 회복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삭감돼 학교에 지원해줄 수 없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며 “통일교육에 대한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지만 민원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통일교육 필요” vs “정치적 중립 침해”
윤철기 서울교대 교수는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교육은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에 따라 통일교육의 방향성이 달라지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교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통일교육을 막기보다는 토론 활동 중심으로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교육이 교사 성향에 따라 정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통일교육에 대한 지침이 일관되지 않아 교사 입장에선 혼란스럽다. 통일 관련 행사를 여는 것도 기준 없이 학교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말도 못하는데 북한말 왜 배우나”
몇해 전 한 국립대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북한말 일기 쓰기 공모전'을 열었다가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이 오래된 만큼 달라진 문화와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통일 지향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반발이 따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정권에 따라, 교육청에 따라 통일교육의 정책이 다 다르다”며 “국가교육위원회 등에서 통일교육에 대한 합의를 통해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정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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