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홍자·양지은·홍지윤… 뮤지컬 진출하는 트로트 가수들
지난 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는 뮤지컬 ‘모차르트’(~8월 22일까지)를 보러온 중장년 여성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는 ‘모차르트’ 낮 공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트로트 스타 김희재의 팬들이었다. 실제로 공연 인터미션 시간 삼삼오오 모인 중장년 여성 관객들이 “(김희재가) 노래를 잘하니까 뮤지컬에도 어울린다” “지난주에는 (김희재의) 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좋다” 등등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가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모차르트’ 커튼콜도 기립박수와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게다가 막을 내린 뒤 중장년 관객들은 김희재의 퇴근길 배웅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뒤편으로 우르르 달려나갔다.
‘미스터트롯’ 출신 김희재는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배우 이해준, 가수 수호(엑소), 가수 유회승(엔플라잉)과 함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역으로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모차르트’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올해 세대교체를 내세워 김희재 등 뉴페이스를 내세웠다. 김준수 박효신 박강현 박은태 등 ‘모차르트’를 거쳐 간 스타 배우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번 ‘모차르트’의 티켓 판매는 이전 공연보다 좋지 않다. 다만 김희재의 경우엔 연기력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 속에서도 중장년 팬덤 덕분에 선방하고 있다. 특히 김희재가 출연하는 평일 낮 공연은 모차르트 역의 다른 배우들이 출연할 때의 티켓 판매를 훨씬 웃돈다. 지역에서 올라오는 중장년 관객들이 당일치기로 낮 공연을 본 뒤 돌아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10일 기준으로 ‘모차르트!’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20대가 28.8%로 가장 높고 30대 26.9%, 40대 18.1%, 50대 17.6%, 10대 2.7% 순이었다. 여전히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지난 시즌인 2020년 20대의 예매 비중이 50%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김희재의 캐스팅으로 연령대별 예매율 격차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장년층 관객은 자녀가 예약해준 사례가 많은 만큼 관람률로 따지면 40대와 50대 이상의 비율이 훨씬 높다.
트로트 가수 가운데 뮤지컬에 출연한 것은 김희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뮤지컬 ‘프리다’에 출연해 호평받았던 황우림은 올해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역으로 나오고 있다. 또 지난해 뮤지컬 ‘서편제’는 여주인공으로 ‘미스트롯’ 출신 트로트 가수 3명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시즌1 출신 홍자와 시즌2 출신 양지은·홍지윤은 송화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이외에 조정민이 지난해 ‘볼륨업’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으며, 신유가 ‘싯다르타’의 주인공으로 나온 바 있다. 그동안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했던 뮤지컬 무대를 이제 트로트 가수들이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흐름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우승자 출신으로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송가인과 임영웅도 방송에서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트로트 가수들의 뮤지컬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젊은 가수들의 경우 장르를 트로트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 국악을 바탕으로 하거나 성악, 발라드, 알앤비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까지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20~30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김희재의 소속사 초록뱀이앤엠이 뮤지컬 ‘모차르트’를 처음 보는 중장년 관객을 위해 극장 내 티켓 수령 방법과 뮤지컬 관람 에티켓 등을 팬클럽 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트로트 가수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출연이 이제 뮤지컬계의 마케팅과 티켓판매를 위해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트로트 가수의 출연 역시 머지않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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