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케냐에서 희망을 보았다

김재중 2023. 7. 1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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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을 시적으로 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배경이 된 케냐. 세렝게티에서 마라강을 건너 마사이 마라로 내달리는 누떼의 대이동과 수십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일제히 비상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 카렌 블릭센이 살았던 곳이 지금도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케냐로 출장을 떠나기 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케냐의 대자연을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케냐의 희망 2023’ 대성회를 취재했던 시간은 척박한 땅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영적 여정이었다. 1993년 조용기 목사가 케냐에서 대성회를 한 지 30년 만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케냐를 다시 찾아 복음의 희망을 설파했다. 93년 대성회 당시 청년으로 성령 체험을 하고 영적 도전을 받았던 목회자들이 이제는 케냐 교계의 리더가 돼 있었다. 조 목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목사는 케냐의 대표적 빈민가와 무슬림 지역을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특히 이슬람이 아프리카에 처음 전래된 라무섬에 열정적인 복음의 전도자였던 어머니 고 김선실 목사를 기념하는 교회를 이 목사와 이영찬 선교사 등 형제들이 함께 세우고 헌당예배를 드린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번 대성회는 케냐 목회자들이 다음세대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였고, 빈민가와 무슬림 공동체엔 희망을 선포하는 현장이었다. 척박한 땅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결실을 맺어 많은 영혼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도한다.

이영찬 선교사는 2013년 케냐 남쪽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비전트립을 하던 중 만난 현지인 목사로부터 가장 복음화가 어려운 지역이 라무라는 말을 들었다. 라무를 직접 찾아간 이 선교사는 주민들이 예수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바로 이곳이 땅끝이다. 여기에 복음을 전하면 예수님이 재림하시겠구나”라며 비전을 품었다고 했다. 하지만 교회 지을 땅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팔려고 내놓은 땅을 사려고 하면 주인은 교회만 짓지 않으면 팔겠다고 했다.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이 선교사가 미국의 큰형님(이영범 장로)을 찾아가 라무 이야기를 했고, 이 장로가 그곳에 어머니 기념교회를 짓자고 했다. 이때 놀랍게도 라무에 교회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나왔고, 그 땅에 지은 교회가 바로 김선실 목사 기념교회다. 10년 만에 비전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선교사가 케냐 몸바사 인근에 개척한 베다니교회는 교회 부지 안에 학교와 보건소를 지어 아동교육과 보건의료 사역을 하는 지역 밀착형 미셔널 처치였다. 몸바사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라 이 선교사가 교회를 짓는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를 짓고 보건소를 세워 지역 공동체를 섬기자 무슬림도 즐겨 찾는 교회가 됐다고 한다. 베다니교회는 이슬람 지역을 복음화할 때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케냐 대성회를 통해 K선교의 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케냐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을 위해 서구교회보다는 한국교회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이한용 선교사와 강성영 선교사의 열정, 사모들의 헌신, 그리고 케냐 목회자들과의 컬래버는 케냐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줬다.

대성회 취재 기간 만난 한 선교사는 마사이족이 사는 오지에 15개 교회를 세웠고, 교도소 사역으로 많은 무슬림이 결신하도록 인도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척박한 땅에서 오늘도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모든 선교사들이 복음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응원한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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