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동성애 무조건 비판보다 정결한 사랑의 행복 알릴 때
영화 ‘미시시피 버닝’은 그릇된 가치관 교육으로 학습된 증오심이 어떻게 사람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끄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1960년대 인종 차별이 만연했던 미국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진 극악무도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이 영화 속 일부 백인들은 흑인과 결혼해 혼혈아를 출생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여겼다. 대대로 그렇게 교육받아온 근거 없는 두려움이었다.
최근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레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차금법)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내 현실을 떠올렸다. 기자 이전에 기독교 신자로서 성경 말씀을 따르는 신념으로 그동안 동성애와 차금법을 반대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전해왔다. 영화는 나도 모르게 동성애의 해악에 대한 필요 이상의 두려움으로 인해 정죄와 혐오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극 중 한 인물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증오심도 학습되면 결국 믿게 된다.”
한국 사회와 기독교계는 지금 차금법 입법 여부를 두고 치열한 분쟁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 된다’라는 성경적 원리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진리와 신념을 사수하면서 건전한 비판을 추구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의 초점이 사람이 아니라 동성애 행위와 그 문화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며 ‘자유 의지’를 주셨다. 이는 엄청난 사랑의 징표다. 하지만 인간이 피조물로서 그 존재 가치를 오롯이 깨닫고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꼭 지키라 명령하신 계명에 순종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동성애다. 성경은 분명히 동성애는 죄라고 말한다. ‘동성애=죄’라는 명제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 또 이조차도 정죄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향하지 않고 그 행위에 대한 비판이라면 이 또한 존중받아야 할 신념이 아닐까 한다. 무신론도 어떻게 보면 믿음이듯 말이다.
무엇보다 동성애는 개인의 선택과 자유에 관한 일이기에 타고나는 인종·장애·성별의 특성을 차별과 같은 맥락에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계가 차금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동성애자를 차별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독소조항들 때문이다. 그 독소조항들은 필요 이상으로 표현·종교의 자유 등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 인권 보장을 외치는 차금법이 오히려 동성애 행위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 표현이나 신념까지 억압할 수 있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의 근원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의 사랑은 모든 인간을 향해 있다. 죄의 유무, 인종에 따라 선택적, 차별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는 동성애자도 교회가 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계 일부에서는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동성애를 허용하고 장려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끔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최근 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고자 성경이 말하는 정결과 거룩함을 지켜나가는 일의 소중함과 그로 인한 참된 행복을 사회에 알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무적이다. 동성애의 해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정결과 거룩함이 바탕이 된 사랑이 주는 기쁨, 그 행복을 다음세대에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국민일보는 18일부터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가 동성애와 차금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찰해보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와 인권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전하고자 한다. 부디 사랑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뜻을 이어받은 교회의 거룩하고 성숙한 시각이 세상에 전달되길 바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온 성도 뭉쳐 축제 즐기듯 채비… 작은교회 목사 세대교체 부축 - 더미션
- “난 자랑스러운 ‘복음 인플루언서’… 죽기까지 사랑하라는 보물 같은 가르침 전하죠” - 더
- 워싱턴DC서 급성장하는 美 초교파 교회엔 특별한 것이 있다 - 더미션
- 교계 “그림자 영아 막으려면 보호출산제도도 도입돼야” - 더미션
- [Epilogue]퍼즐, 어딘가에 분명 맞추어질 조각[개척자 비긴즈] - 더미션
- “주님이 죄인에게 희망 줬다”… 우레같은 갈채 속 실로암 떼창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