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메이드 인 바벨론
문명과 과학기술은 발달할수록 교만해져서 하나님께 도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성경은 그것을 경계하며 신앙인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오늘의 요한계시록 본문도 인류 역사에 명멸했던 대제국을 대표하는 바벨론(실제로는 로마)이 왜 심판의 대상이 되고, 음녀로 일컬어지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류가 만든 문명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아버님은 직업군인이셨는데 영어를 잘하셔서 미군 부대에 통역장교로 근무를 하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아버님이 미군 장교 클럽의 추수감사절 파티에 저를 데리고 가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다들 어렵게 살던 1970년대였기에 그렇게 고급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파티 경험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저는 어린 시절 내내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흔적은 햄버거, 피자를 좋아하는 현재 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처럼 당시 사람들도 바벨론 문명(로마 문명)에 매료되었을 것입니다. 본문 12, 13절에는 각종 보석과 비싼 옷감, 요즘에도 구하기 어려운 상아 그릇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또한 3절에는 인플루언서인 왕이 유행을 이끌고 상인들은 왕을 따라 하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아 재미를 보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7절을 보면 그 문명의 화려함이 정점에 갔을 때, 바벨론은 자신을 여왕으로 칭하며 “결단코 애통함을 당하지 아니하리라”하는 교만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때 하나님이 심판을 내리고,(2절) 바벨론은 ‘무너졌도다’하고 과거형으로 표시하실 만큼 확실하게 망합니다. 그러면서 하반 절에 바벨론의 내면, 숨겨진 속살이 드러나는데, 귀신이 터를 잡고, 더러운 영이 모이고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들이 모여 악취가 진동하는 곳이었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귀를 세우고 들어야만 합니다. 바벨론으로 대표되는 인류 문명의 화려함은 실체가 아닌 오물을 살짝 가린 커튼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명의 화려함이 가리고 있는 문명 내면의 추악하고 더러운 것들, 곧 상업주의와 물질 만능, 물질숭배, 그리고 그것을 조정하는 검은 세력, 사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앞에 언급했던 저의 얘기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다니던 영어학원의 원어민 선생님이 한국 음식이 건강한 음식(healthy food)이고 서양 음식보다 낫다고 평해서 놀랐습니다. 성경도 그 부분을 아주 정확하게 지적하고 얘기합니다. 화려한 문명, 바벨론의 겉모습에 속지 마십시오.
성경은 4절 말씀에서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라” 하시며 우리에게 나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지만, 신앙을 잃고 온통 문명에 취해 살면 안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 신앙인도 엉겁결에 그 무리에 섞이게 되어 멸망할까 염려하십니다.
대한민국에 걱정스러운 모습이 있습니다. 한때,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아파트 영끌’ ‘주식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아파트를 사고, 주식을 사라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명품 판매장에 신제품이 들어오자 문 열기 전 새벽부터 고객들이 뱀 꼬리 같은 대기 줄을 섰습니다. 명품 판매장 앞에는 그렇게 줄을 서면서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 앞에는 왜 그런 줄이 생기지 않는 것일까요.
성도 여러분, 우리 모두 기도 한 번 더하고, 말씀 한 장 더 보고, 예배에 좀 더 열정을 쏟읍시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이 ‘메이드 인 바벨론 제품’에 영혼을 팔아 ‘메이드인 바벨론의 인생’이 되지 않게 합시다. 우리 모두 ‘메이드인 하나님의 나라 인생’이 됩시다.
김선재 목사(하늘집교회)
◇서울 동작구 하늘집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소속입니다. 세상의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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