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자카르타서 회담…"성숙한 한ㆍ중 관계 세심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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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왕이 1년만의 재회
박진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45분동안 만났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이 한ㆍ중 관계 전반,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며 "성숙한 한ㆍ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양측이 정상과 외교장관 등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인적 교류 확대, 문화콘텐트 교류 등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문화계에는 2016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여파가 아직도 지속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양측은 이날 "한ㆍ일ㆍ중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장관 및 정상회의 등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그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인한 한ㆍ중 갈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한 중ㆍ일 관계 악화로 중국이 연말 재개 계획이던 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이날 회동으로 중국 또한 3국 정상회의에 대해 전향적으로 선회한 셈이 됐다.
이날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감을 재차 표명했다고 한다.
北 문제 '책임' 당부
무엇보다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북핵 문제 관련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지난 12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은 한ㆍ중 간 공동 이익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은 북핵 문제 관련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렸는데, 리투아니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정상 간 협력을 도모하고 자카르타에선 아세안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감행한 도발이라 더욱 국제적인 지탄을 받았다.
한ㆍ미ㆍ일 "北 강력 규탄"
한ㆍ중 회담 직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회의도 열렸다. 박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규탄했다. 3국 외교장관의 대북 규탄 공동성명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만이다.
성명에서 3국 장관들은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 및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에 3국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해상미사일방어훈련, 대잠전훈련, 해양차단훈련을 포함한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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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문제는 지적
한편 박 장관은 이번 ARF 기간 중국과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한편,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에 대해서는 규칙에 기반한 질서 수호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규칙 기반 해양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EAS 회의에서 박 장관 외 호주 등 여타 국가 장관도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하자 중국 측 왕 위원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오히려 문제다"라는 취지로 맞받았다고 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경우 남중국해 문제에서 더 나아가 대만 해협 문제도 제기했는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꼭 필요하고, 그 어떤 현상 변경 시도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일본은 오염수 외교전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이번 ARF를 기회 삼아 오염수 외교전을 펼쳤다. 이날 오전 EAS 회의에서 하야시 외상은 "방류는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철저히 검증 절차를 밟겠다"며 "해류로 인해 이웃 지역과 국가, 국민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도 "IAEA의 국제기구로서의 권위를 존중한다"며 일본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간 오염수 문제에 강하게 반대해온 중국 측의 왕 위원은 "후쿠시마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일본을 비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역내 안전, 평화, 건강을 위한 '선의'(good will)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왕 위원이 이번 ARF 기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관련 비교적 절제된 태도를 보이며 공세를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평가다. 한편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카르타=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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