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회사 셔틀버스가 늦게 도착했는데...1분 지각이라고 반반차 쓰라네요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폭우 때문에 지각했는데, 반반차 처리를 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두고 고민에 빠진 직장인의 사연이 화제다. 사진은 폭우 속 이동하는 시민들. (매경DB)

# 폭우가 쏟아진 7월 14일, 직장인 A씨는 회사에 1분 늦게 도착했다. 원인은 회사 버스였다.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던 A씨는 출근 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자주 이용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날 내린 폭우였다. 회사로 오는 길이 침수되면서 버스는 돌아가야 했다.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가 더 정체되면서 A씨는 버스에서 계속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다행히 버스는 1분 정도만 늦게 도착했다. 1분 지각인 데다, 회사 버스의 문제인 만큼 A씨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사는 A씨를 보고 지각했으니 ‘반반차’ 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겨우 1분 지각에, 회사 차량과 기상 문제로 지각한 것을 두고 A씨의 실수로 몰아가는 상사의 태도에 A씨는 분노했다. A씨와 같이 버스를 타고 온 다른 직장인들은 모두 상사가 상황을 이해해줬다. 당장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에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반반차를 써야만 했다.

최근 ‘고용 유연화’가 기업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반차’ ‘반반차’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반차란 1일 8시간을 근무한다고 쳤을 때, 4시간을 연차로 사용하는 휴가를 말한다. 오전에 반차를 쓰고 출근을 오후에 하는 ‘오전 반차’와 오전 업무 후 퇴근하는 ‘오후 반차’로 나뉜다.

반반차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념이다. 연차 유급 휴가를 2시간 단위로 쪼개 쓰는 제도다. 개인 연차에서 2시간을 사용해 0.25일씩 빼는 것으로, 4번 사용하면 하루 연차가 소진되는 방식이다.

직원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때로는 관리자급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 A씨의 사례처럼 단순 지각을 반반차로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상사들이 여전히 많다.

문제는 반반차나 반차가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근로기준법에 반차와 관련된 별도 규정은 없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휴가는 1일 단위로 규정한다. 반차보다 더 짧은 반반차도 마찬가지다.

반차와 반반차는 회사 내규,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해진다. 합의를 통해 연차 1일의 일부를 분할하거나, 반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회사와 근로자 간 합의를 거친다. 이후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인사 직무 관계자들은 반차와 반반차 관련 불리한 지시가 떨어진다면 노조나 인사 관계자와 면담을 거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