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마주한 김문기 아들 "모를 리 없다 생각해"
[김종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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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아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나와 "(아버지와 이 대표의) 전화 통화는 늘상 있었다"며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늦게 혹은 주말에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물을 때도 아버지가 그렇게(이재명 시장과 통화했다고)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 불리한 증언이 김 전 처장의 유족 입에서 나온 거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재판에서 김 전 처장의 아들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부분의 가족들이 분통해하고 화를 냈지만 나는 '왜지', '왜 자충수를 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아들 김씨는 "(아버지와 이 대표가 서로) 모를 리가 없다"며 "아버지가 계속 이재명씨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며 2018년 자신이 직접 겪은 일화를 덧붙였다.
"제가 완전히 기억하는 건 2018년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간 적이 있는데 바로 옆 사무실에 있던 아버지가 와서 같이 가줬다. 회사(성남도시개발공사)가 옆에 있으니까 같이 가서 만들어 준거다. 그때 아버지가 '이쪽 시장실에 들어가서 계속 보고한다'고 말씀하신 게 정확히 기억난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문기 처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검찰은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때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2021년 12월, 김문기 전 처장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이 2022년 2월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 유족’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문기 처장의 장남이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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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처장의 아들은 앞서 지난해 2월 23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표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김씨와 회견에 함께한 국민의힘 권성동·김은혜 의원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동행한 호주 출장 사진과 당시 이들이 함께 골프를 쳤다는 정황이 담긴 영상 등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날 재판정에서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아들 김씨는 생전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들은 김 전 처장의 공사 입사 과정, 호주 출장,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보고 정황 등을 회상하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2015년 1월 호주 출장에 대해) 자세한 얘기까지 듣지 못했지만 알고 있었다. 원래 아버지가 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가기 싫어했었다."
또 김씨는 '부친 출장 다녀온 후 있었던 일이나 에피소드 증에게 얘기해 준 적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출장) 직후는 아니지만 이후 아버지랑 산책을 자주하며 이재명씨와 낚시를 하고 수차례 보고를 하고 그런 이야기, 유동규 본부장과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며 "호주 출장이라 콕 집어 얘기하지 않았지만 성남시장과 골프 쳤다는 식으로 말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김씨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재명 캠프에 있던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만났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이 사장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재명 캠프의) 연락을 기다렸는데 안 와서 (국민의힘) 기자회견 하게 됐다"며 "(국민의힘 당사에서의) 기자회견 전날(2021년 2월 22일)에야 이우종씨가 연락이 왔고,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연락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미 기자회견을 결정했으니까 (이 사장의) 전화에 답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 대검찰청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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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측도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 변호인은 아들 김씨를 향해 김 전 처장이 대장동 비리 의혹 공론화 이후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고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불안감 등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 변호인 "어머니의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어머니는 검찰에서 네 차례 참고인 조사 후 '원희룡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아버지를 고발하는 일이 있어서 아버지 불안증세 심해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증인도 혹시 이런 일들로 힘들단 말 아버지로부터 들었나?"
- 김씨 "(화면을 오래도록 쳐다본 뒤) 저는 이 내용을 처음 본다."
- 변호인 "처음 보나?"
- 김씨 "그렇다."
- 변호인 "어머니 이야기인데 좌우지간 저쪽(국민의힘)에서 고발하는 일이 있어서 아버지 불안증 심해졌다는 정황 못 들었나?"
- 김씨 "네, 나는 몰랐다."
- 변호인 "아버지가 그런 안타까운 선택하신 이유가 검찰 수사와 각종 고발, 징계 뭐 이런 중압감이라고 생각하시나? 아니면 다른 이유라고 생각하나?"
- 김씨 "전부 다라고 생각한다."
- 변호인 "고발 징계 외에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
- 김씨 "아까 말했듯 캠프 측이 지켜주지 않는단 배신감 등등 전부 다다."
그러면서 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의 1차적 책임은 이재명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비리 의혹도 계속 나오고, 그렇게 계속 보도되고, 실제적으로 아버지 같이 일한 게 이재명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표는 김씨의 진술이 계속되는 동안 특별한 언급 없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아들 김씨를 따로 바라보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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