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담당 공무원도 "샤넬 선글라스 발언, 우리도 이해 못해"
[박수림, 김화빈 기자]
▲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전경. |
ⓒ 김화빈 |
"샤넬 선글라스 발언은 저희도 이해할 수 없어요." - 서울 소재 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 상담 관계자
"생계 유지도 빠듯한데 180만 원으로 샤넬템(물건) 살 수 있나요?" - 병원 폐업으로 실업급여 신청 중이던 전직 간호사 김아무개씨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축소 추진 움직임에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 측의 연이은 실언에 수급자·신청자뿐만 아니라 일선의 공무원까지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해명도 무색해졌다.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소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는 실업급여 자격과 지급을 문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무실 한편에는 실업급여 신청 온라인 강의가 한창이었다. 20대 사회초년생부터 정년 은퇴 후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한 6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7명은 '생계 유지', '전직 기회비용' 등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병원 폐업으로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전직 간호사 김아무개(20대 여)씨는 정부·여당의 '시럽급여' '샤넬 선글라스' 발언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직장에서 두 달치 월급뿐만 아니라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는 그는 "하루아침에 병원이 망했다"며 "생계 유지를 위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180만 원으로 샤넬템을 살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160만 원 정도의 실업급여를 4개월간 수령해온 20대 여성 전아무개씨는 "1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뒤 (계약 연장이 안 돼) 취업을 준비하는 기회비용으로 쓰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전부 다 (샤넬을 사는 사람처럼) 그렇게 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를 신청 중이던 30대 남성 김아무개씨도 "서울 사는 제 입장에서는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을 받는 것"이라며 "전 사실 실업급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지급액을 낮추려는 정책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년뿐 아니라 가장들도 받아... 축소 안 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박대출 국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더 높은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공청회에 참여한 조현주 고용노동부 서울고용지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수급자들이) 해외여행에 가거나 일할 때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사며 즐기고 있다"고 말해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 서울 소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상담을 받는 모습. |
ⓒ 김화빈 |
하지만 일선 공무원마저 이같은 논란과 해명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소재 고용복지센터 실업급여 상담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실업급여 수급자는) 100명 중 1명인데 일반화시키는 건 곤란하다"며 "저희도 (샤넬을 언급한) 그 발언은 이해 못한다. 공무원의 개인 생각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섯 달 동안 실업급여를 수급했다는 박아무개(26)씨는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사치를 부리거나 여행을 가려면 갈 수도 있다"면서도 "근데 보통은 일자리를 잃었으니 다음 일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업급여를 받는다. (논란이 된 발언은) 일부 소수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날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는 이아무개(26)씨는 "실업급여는 청년뿐만 아니라 만 65세도 받는다. 일용직 노동자도 신청할 수 있고, 폐업한 자영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면서 "요즘 취업난도 극심한데 나이 많은 분들이나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은 가장들을 생각하면 실업급여 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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