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찬성자 위원회 빼라" 文정부 시민단체 위력 컸다
문재인 정부 기간 금강·영산강의 보(洑) 해체·개방 결정을 이끈 환경부 위원회 명단을, 4대강 반대 시민단체가 미리 건네받고 “4대강을 찬성했거나 방조한 사람은 위원에서 빼야 한다”고 요구한 정황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해당 위원회(4대강 조사·평가 전문·기획위원회)를 편파적으로 구성했고,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감사원은 공무상 비밀인 4대강 위원회 명단을 시민단체에 전달토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김 전 장관을 수사 의뢰했었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4대강 감사 결과를 오는 20일 발표한다.
'4대강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환경부와 협의한 시민단체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다. 4대강 반대단체 181개가 연합했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재자연위와 협의를 거쳐 4대강 위원회에 재자연위 소속 활동가와 학자 등을 대거 임명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11월 출범한 4대강 위원회는 출범 3개월만인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 내 5개 보(세종보·공주보·백제보·승촌보·죽산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정부에 제안했고, 2년 뒤 대통령 직속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보 해체 및 개방을 공식 발표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4대강 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면 재자연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4대강 위원회는 환경부 당연직 공무원 7명과 민간위원 8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기획위원회’와 민간위원 43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로 구성된다.
이중 기획위원회 민간위원 8명은 모두 재자연위 출신이었다. 총 4개 분과(물환경·수리수문·유역협력·사회경제)의 전문위원회 위원 43명 중 재자연위 출신은 25명에 달했다. 임이자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에 매몰돼 보 해체를 위한 편파적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4대강 위원회의 보 해체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입장이다. 4대강 보 해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3개월이란 시간에 쫓겨 충분한 4대강 수질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감사원 조사에 대해 4대강 위원회에 참여했던 재자연위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에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은 과학적이고 경제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다”며 “그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다른 재자연위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는 “감사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결코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은경 전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4대강 관련 감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한 차례 4대강 감사가 이뤄졌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후 4대강 보와 관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4대강 감사 결과가 나오면, 과학적 근거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감사 결과 발표 뒤 윤석열 정부가 4대강 원상회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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