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았더니 경쟁사로” 피 터지는 바이오 인력난, 돌파구는?

김성아 2023. 7.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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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롯바 인력 유출 갈등...핵심은 ‘인력 부족’
글로벌 인재 영입 고려도...“진입장벽 높아”
정부 인력양성 지원책 촉구...규제 완화도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 2023’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 문제-무엇이 해답일까'를 주제로 전문가 6명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 ‘인재’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커졌다. 문제는 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스펙은 정해져 있는데 상응하는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른바 바이오 인재 ‘공급난’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경쟁 기업 간 인력 유치 경쟁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 2023’에서 진행한 바이오산업 인력난 관련 전문세션에서 참석 패널들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간 인력 유출로 인한 갈등의 핵심은 근본적인 ‘인력 자원’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 상무는 “최근 회원사 400여개를 대상으로 채용 관련 설문을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 3000여명 중 1800여명 이상이 경력직이었다”며 “회사들, 특히 바이오텍은 지금 당장 실무에 투입할 고급 인력이 필요한데 핵심 인력의 단기간 양성이 어렵기 때문에 경력직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석 종근당 연구기획실 이사는 “특히 인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허가·세포유전자 쪽 분야 등은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 기관도 없다시피 해 회사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분야는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공들여 가르치면 이후 바로 연봉을 올리거나 해서 다른 경쟁사로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TM팀 팀장은 이러한 문제는 조만간 다시 한 번 크게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은정 팀장은 “결국 기업간 인력 유치 경쟁이 일어나는 분야는 경업금지약정이 걸리는 연구개발(R&D) 분야일 텐데 향후 2년 내 많은 바이오 대기업들이 송도로 몰리는 때 한 번 더 대규모 인력 이동이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헀다.

패널들은 해결책으로 글로벌 인재 영입을 제안했다. 손지호 상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대형기업의 경우 바이오USA 등 해외 파트너링 기회 등에서 해외 인력 유치 활동을 해왔다”며 “다만 해외 인재는 적합한 인력을 찾는 첫 단계부터 쉽지 않고 연봉, 비자 등 법적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애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은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외 인력을 모집할 때 한국 거주 경험 등 한국에서의 직업 활동에 진입장벽이 낮은 사람을 1순위로 둔다. 이은정 팀장은 “해외 인재에게 영입 제안을 하면 회사에 대한 진입장벽보다 한국 이주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며 “특히 자녀가 아직 어린 경우에는 자녀 교육 등 수반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설득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진형 딜(Deel) 영업 상무는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형 상무는 딜 한국지사에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해외 지사 운영 컨설팅 등을 돕고 있다. 김진형 상무는 “최근 IT분야에서는 인력 자원을 확보할 때 한국 이주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 거점을 두는 고용 방식도 차용하고 있다”며 “해외 거점을 둔다면 현재 글로벌 인재 영입에 있어 거론되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국내 전문 인력 양성,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지호 상무는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적으로 디지털, 글로벌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바이오 업계를 이해하면서도 IT, 외국어 역량 등 또 다른 스페셜리티를 가진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고급 인력에 대한 육성을 양적 부분에만 치우치지 말고 질적으로 높은 인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 팀장은 “학계에 있는 인력들이 산업계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했던 결과를 기술거래하는 기반이 잘 다져져 있어 회수율 수준이 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50%에 불과해 산업계에 대한 연구 인력들의 확신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계가 직접 기술가치 성공사례 등을 소개하고 투자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산업계에 대한 유인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유전체사업본부 상무 또한 “미국의 경우 투자에 대한 규제가 낮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이 의사과학자 등 고급인력을 자본력을 바탕으로 거의 끌어모으다 시피 하고 있다”며 “빅테크의 과감한 투자가 우수 인재들이 학교가 아닌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유인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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