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대병원장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노조 요구, 환자만 피해"
“명분 없는 파업에 환자 피해와 혼란만 커지고 있다.”
정성운(61) 부산대병원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료 의료진들이 업무에 하루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시작된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총파업에 부산대병원 간호사 등 직원 3500명의 약 80%가 참여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파업 여파에 기존 입원환자를 대부분 전ㆍ퇴원시키고 최소한의 의료 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이틀째 자신들의 요구안 관철을 외치며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빗속 집회를 벌였다. 정 원장 인터뷰는 부산시 서구 부산대병원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파업 정해놓은 임단협, 요식행위였을 뿐”
정 원장은 지난 5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상견례’ 때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노·사 상견례는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양측의 서먹한 분위기를 푸는 자리다. ‘의견을 잘 모아보자’는 뜻에서 부드럽게 진행되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달랐다고 한다. 정 원장은 “(노조는) 상견례 때부터 이미 파업 돌입 날짜를 정한 것으로 안다”며 “논의를 거쳐 파업만은 피하자는 게 임단협 취지인데 (파업 통보에)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10.7% 임금 인상 ▶인원 168명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런 노조 요구안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정 원장은 “가이드라인이 정하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1.7%)을 크게 벗어난 요구”라며 “정부 경영평가를 받는 기관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조 요구안엔 결혼하지 않는 ‘비혼주의자’를 위해 따로 휴가를 달라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정 원장은 “진료처장 등 자격으로 과거에도 임단협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올해 노조의 ‘무조건 파업’ 통보와 요구 내용을 보면, 임단협이 협상 횟수만 채워 불법 파업을 피하려는 요식행위가 된 듯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부산대병원 사측은 결국 파업 돌입 전날인 지난 12일까지 대부분 환자를 전원 또는 퇴원 조치해야 했다. 당시 병동 간호사가 전원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한다. 전원·퇴원 조치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부산대병원은 1300병상 규모다. 파업 전엔 1000병상 정도를 환자들이 채우고 있었지만, 현재는 중증 환자 등 250여명만 남아 있다.
정 원장은 “비조합원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이 이들 환자를 돌본다”며 “하루 평균 80~100건의 수술이 진행됐는데 오늘은 15건뿐이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만 수술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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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때 권고도 무시… 노조 “무조건 직고용”
비정규직 501명을 직접 고용해 정규직화해달라는 노조 요구는 더 큰 뇌관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전국 국립대학병원 13곳 중 12곳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마쳤다. 부산대병원 또한 계약직 등 1192명의 정규직 전환을 마쳤지만 용역직원 501명에 대해선 아직 매듭을 짓지 못했다.
정 원장은 “당시 정부 가이드라인은 3가지 전환 방식을 제시했다. 정규직 전환은 형평성 등 따져봐야 할 문제가 많다”며 “하지만 노조는 직접 고용만을 주장해 논의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11월 교육부 중재에 따라 임시이사회를 열었다”며 “이사회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용역직원의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 병원 구성원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자는 결론을 냈지만 노조는 이 절차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끝장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 집무실 창밖으론 노조가 내건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현수막엔 ‘총파업 승리! 끝까지 간다!’ 등 문구가 담겨 있다.
정 원장은 “노조 주장과 달리 ‘원장 결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여럿 포함돼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지역 의료 체계는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 이는 환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 등 명분이 주어지면 대다수 동료 의료진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정 원장은 “(퇴원·전원 조치 및 의료 공백이) 매우 안타깝다. 남은 환자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고, 가능한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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