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승소로 끝난 SEC 증권성 논란…코인 시장 ‘들썩’
“일반 투자자에게 리플 판매한 것은 증권법 위반 아냐”
“이번 판결 향후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에서 기준될 것”
가상자산 리플의 증권성 논란에서 미국 법원이 발행사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번 판결로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1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3.50% 오른 3만1375달러(약 3962만원)로 집계됐다. 알트코인 대장격인 이더리움은 7.49% 상승한 2009달러(약 254만원)를 기록했다. 리플은 전날까지만 해도 0.47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60%가 넘는 급등세를 나타내 0.76달러로 치솟았다.
이처럼 가상자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것은 2년 넘게 진행되던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소송전에서 리플랩스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SEC가 리플을 불법 증권이라고 주장하며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투자자들이 리플의 이익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었다"라며 "투자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돈이 리플랩스로 가는지, 다른 판매자에게 가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토레스 판사는 "기관 투자자에 대한 리플의 판매는 투자자들이 리플 가격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에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라며 "이에 따라 이 경우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하위테스트(Howey Test)로 증권성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해당 기준에는 ▲돈을 투자했는가 ▲투자하면서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가 ▲다수가 투자한 돈이 공동 기업에 속해 있는가 ▲수익은 자신의 노력 대가가 아닌 돈을 모으는 자 혹은 제3자의 노력의 결과에서 비롯되는가 등이 포함된다. SEC는 투자자들이 리플의 노력을 통해 리플 생태계를 개발하고 가치를 높이는 이익을 기대하면서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하위테스트가 충족된다고 주장해왔다. 2020년 12월 SEC는 리플이 증권법을 어긴 채 발행됐다며 리플랩스를 고소했다.
이와 달리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디지털 화폐 또는 교환 매체이며, 보유자에게 리플랩스의 소유 지분이나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또 리플랩스나 임원의 노력이 아닌 시장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설명해왔다.
SEC와 리플랩스 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장에선 양측 중 누가 승소할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이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EC보다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다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SEC가 항소를 하게 된다면 다시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 결과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에 기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명백하게 증권인 코인을 제외하면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리플과 유사하게 일반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코인들에 한해서는 증권성 판단 문제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도 지난 11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리플 소송으로 대표되는 현재 진행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EC와 리플랩스 중 누가 승소할 것인가가 아닌 리플 자체를 증권으로 판단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에 따라 규제의 강도가 달라지기에 리플의 증권성 관련 해당 판결에 매우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증권성 이슈가 걸려있는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코인도 증권성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판결은 알트코인 전반에 간접적으로 중요하지만 판결 자체는 리플에 국한됐다는 점, 그리고 정식 재판도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증권성 이슈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SEC는 증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제소하면서 이들이 상장한 코인 솔라나, 폴리곤, 바이낸스코인, 에이다 등 19종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EC가 해당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밝히자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빠지는 등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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