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우깡 미세플라스틱… 국가가 답하라
취재 아이템 회의에서 “새우깡이나 꽃게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지 한번 분석해 보자”는 기사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관한 국내외 뉴스가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조류와 갑각류에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많다고 하니 갑각류인 새우와 꽃게로 만든 과자에도 과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 있을지, 순수한 기자적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세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표준화된 미세플라스틱 분석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분야 교수님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2년 ‘표준분석법이 없으므로 최신 연구 동향을 반영한 최적화된 분석법’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한만큼 ‘최적화된 분석’을 할 수 있는 기관에서 조사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분석과학연구소를 추천했습니다. 이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 용역을 다수 수행한 곳으로 언론사들과 미세플라스틱 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는 곳입니다. 이 정도면 ‘엉터리 조사’란 소리는 듣지 않을 기관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둘째는 위해성 여부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위험한지, 허용 한계치는 어느 정도인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설혹 미세플라스틱이 엄청나게 나오더라도 건강에 위험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 같이 현대에 와서 문제되는 것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건강 위해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 등에 대해 경고도 하고 규제도 하지 않습니까. 미세플라스틱도 우리가 그 위해성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해성 문제는 너무 단정짓지만 않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는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조사를 의뢰한 만큼 과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검출돼 ‘쇼킹한 기사거리’가 된다면 언론사 입장에서 나쁠 일 하나 없지만 대표님은 “차라리 큰 문제 없어 과자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기사를 쓰게 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세상에 새우와 꽃게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들어 있는 것으로 나오면 우리 어민에게 큰 피해가 가서 문제가 더 복잡해 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과를 받아보니 ‘충격적’이었습니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1인이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새우깡 한 봉지에 그 70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10종의 미세플라스틱 중 2종만 대량 검출된 것이었습니다. 자문을 구한 교수님들은 원재료인 새우나 꽃게 외에도 포장재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갑각류에 미세플라스틱이 많기 때문에 새우깡과 꽃게랑을 분석한 것인데 만약 포장재질이 문제라면 우리가 먹는 모든 과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안 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완성본’이 아니라 ‘문제제기’입니다. 과자 제조사측 주장대로 표준화된 분석법도 없고, 위해성도 분명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이 어느 수준 이하로 검출돼야 한다는 지침도 없는 상태이므로 과자 한 봉에 1100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으니 그 과자가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는데 이 정도는 건강 위해성이 없다’는 지난해 식약처의 발표를 생각하면 너무 많은 양이 나왔으므로 공신력 있는 국가가 이 문제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취재팀의 생각입니다.
어패류와 해조류 등 11종만 분석한 뒤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데 이 정도로는 위험하지 않다는 식약처 발표가 너무 안일하지 않습니까? 저희 취재팀이 11종에 포함되지 않은 과자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포함돼 있다는 문제제기를 한만큼 국가는 보다 과학적인 분석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식품이나 포장재질 속 미세플라스틱 함유 실태를 조사해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며, 그것이 위험한지 아닌지, 위험하면 어떻게 규제해야할지 답을 내어 놓아야 할 차례입니다.
마지막으로 ‘표준 분석법이 없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과자 제조사측 입장과 관련, 절반은 인정합니다. ‘표준’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플러스 마이너스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하면 그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고, 저렇게 분석하면 그보다 많이 나올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제조사라면 이렇게도 분석해 보고, 저렇게도 분석해 보면서 안전성을 높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기업의 자세가 아닐까요?
그런데도 제조사는 검출 사실을 부정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서 유감입니다. “자체 연구소가 미세플라스틱 국제공인인증기관이지만 과자의 미세플라스틱 함유 여부에 대해선 한번도 조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농심 측의 해명은 정말 어리둥절합니다. 그들은 정말 자사 제품의 미세플라스틱을 한번도 조사해 보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정말 무책임한 기업입니다. 만약 분석하고도 조사 결과를 쉬쉬하고 있다면 더큰 문제가 되겠지요. 분석 장비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사 최장수 베스트셀러 제품을 한번도 분석 안해봤다는 제조사의 해명이 과연 해명일까요 자해(自害)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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