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설명 마친 日기시다, 오염수 해양 방류 '결단'만 남았다
리투아니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4일 귀국하면서 오염수 방류 개시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높은 한국을 상대로 총리가 직접 설명을 마친 만큼, 일본 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조만간 방류를 '결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방출 시기에 대해 "안전성의 확보나 풍평(風評·근거 없는 소문) 대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한 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름내'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이해할 때까지 방류를 미루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가 오염수 방류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결론지은 것을 재확인하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하여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도 회담을 갖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또 귀국길에 방문한 벨기에에선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을 규제해왔던 유럽연합(EU)으로부터 규제 해제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총리가 유럽을 방문한 동안 일본 국내에서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이 후쿠시마를 찾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현지 어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주변국과 현지 어민들에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일단 마무리한 만큼 이제 오염수 방류는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14일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출을 놓고 구체적인 시작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겪은 3개 현의 지방 선거 일정이 총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염수 방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후쿠시마와 미야기(宮城)·이와테(岩手) 현은 오는 9~11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8월 17일에 이와테현 지사 선거에 이어 25일에는 이와테현 의원 선거가 고시된 후 두 선거 모두 9월 3일 투·개표가 진행된다. 10월에는 미야기현 의원 선거, 11월에는 후쿠시마현 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선 선거 전 방류를 시작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선거를 위해 방출 시기를 늦추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를 염두에 두고 방류를 늦추면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선거 전인 8월 방류를 시작하고, 이후 어업인들에 대한 지원책 등 대응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요청한 한국 측 전문가 후쿠시마 파견 문제에 대해선 조만간 국장급 협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IAEA에 소속된 한국인 직원을 후쿠시마로 보내거나 ▶국내 전문가를 IAEA에 파견해 후쿠시마에 상주시키는 방법 ▶IAEA를 거치지 않고 한국 전문가를 직접 도쿄전력 등에 파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오염수 방류 계획 검증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상설사무소를 두고 방류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원전 신사무본관 내에 IAEA 사무실이 마련됐으며, 소수의 직원이 임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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