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빅테크 불러 “시대 선구자”...통제 풀고 경기부양 나서
IT 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 기조가 완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 회복 추세가 둔화하자 중국이 규제 완화로 돌아선 양상이다. 당국의 정책 변화에 중국 증시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책 전환의 명확한 징후는 지난 12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플랫폼 기업 좌담회’였다. 참석한 기업에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한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보유한 텐센트, 틱톡(중국명 더우인)을 운영 중인 바이트댄스, 중국 배달업계 1위 메이퇀(美團),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小紅書) 등 중국 핵심 빅테크 기업들이 포함됐다.
중국에선 인터넷과 데이터, 정보 기술을 핵심 생산 요소로 삼는 네트워크 산업을 일컬어 ‘플랫폼 경제’라 부른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리 총리가 플랫폼 기업들을 불러 직접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세계의 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의 플랫폼 기업이 급속히 부상했다”며 “플랫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T 기업은 시대의 선구자”이며 “큰 잠재력을 가진 이들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년간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비교하면 180도 전환에 가깝다. 지난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금융 규제 비판 발언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디디추싱 등이 반독점 규제, 증시 규제, 데이터 유출 등 각종 혐의로 수조 원 대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7일에도 알리바바 산하 앤트 그룹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71억2300만 위안(약 1조27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이날 “플랫폼 경제의 특별 조정을 완료하고 감독을 정상화한다”며 발전 지원 계획을 밝혀 2년 8개월 여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중국 CCTV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앞으로 플랫폼 기업의 외부 환경은 완화될 것이며 혁신과 발전 기조가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반등했다. 알리바바의 주식은 전주 대비 12% 올랐고 항셍 테크 지수는 지난 10일 대비 13일 4.1% 상승했다.
동시에 신성장 산업 경쟁력 강화도 독려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13일 “생성형 인공지능(AI) 혁신을 촉진하고 개발과 보안에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임시 규정을 발표했다. 또 처음으로 모든 산업에 생성형 AI 사용을 장려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성형 AI 공급자는 핵심 사회주의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규제안이 정비되면서 생성형 AI 활용 산업이 중국 산업계 전반에 활성화될 전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텐센트와 메이퇀의 반도체 스타트업 지원을 모범 사례로 언급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개발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지원은 팬데믹 이후 수출이 위축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다가오는 등 경제 침체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며 “서방 기업을 유치해 빠르게 성장했던 과거 중국 경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렸다”고 진단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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