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엔저 현상의 구조적 요인과 올바른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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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요 며칠 동안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엔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수준이다.
엔화의 가치 하락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에 의한 요인이 크다.
일본 엔화 가치의 50년 이동평균선이 148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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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요 며칠 동안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엔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수준이다.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엔화에 몰리는 투자금 때문에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급등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엔화 예금은 9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4월 말 대비 17.5% 늘어난 수치였다. 6월에는 더 늘었을 것이다.
엔화의 가치 하락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에 의한 요인이 크다. 일본은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를 여전히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나라에 돈을 10년간 빌려줘도 이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자를 받지 못하는 나라의 통화 가치가 오를 이유가 없다. 지난 4월 일본은행(BOJ)의 총재가 바뀌었지만, 제로금리 정책 방향은 그대로다. 물가를 잡겠다고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거꾸로 가고 있으니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127엔까지 기록했던 1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금 140엔대다.
엔저 현상이 일본도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입 물가는 오른다. 마침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3% 이상 유지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엔화 방어에 직접 나서 달러를 풀었던 것은 지난해 9월 말이었다. 24년 만의 시장개입이었다. 이제 또 환율과 금리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르다. 일단 일본은행은 아직 통화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인플레이션도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본다. 달러화 수요가 큰 기업들이나 개인 외환 수요자들의 우려도 크지 않다. 주식시장의 호황도 환율 경계감을 덜어주고 있다. 아무래도 환율이 지금 수준보다 더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아직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분기점은 역시 지난해 10월에 기록했던 달러 대비 환율 150엔 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엔화 가치의 50년 이동평균선이 148엔 수준이다. 물론 언제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추고 여기에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까지 이뤄지면 금리 격차가 줄고 기록적인 엔저 현상도 끝날 수 있겠다. 그러나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보면 엔화도 당분간은 지금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엔화의 가치가 다시 올라도 예전 수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구매력을 반영하는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엔화는 1995년 정점 대비 현재 60% 하락했다고 한다. 그동안 쇠퇴한 일본의 국력을 반영한다. 엔저 현상의 바닥에는 일본의 경상수지 악화와 국력의 하락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현재 일본 증시의 호황도 오로지 경제적 역량이 뒷받침한 결과라고 보는 건 무리다. 그렇게 보면 지금 엔화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제 외환시장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자주 일어나 나름 합리적인 예측을 허무하게 만드는 때가 많다. 통화를 투자 대상으로 보면 사실 위험과 비교한 기대수익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단순히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투자금액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환전수수료 때문에 통화를 사고파는 것만으로 수익이 줄어든다는 점도 있다. 다양한 투자 수단 가운데 하나로 보거나 아니면 언젠가 떠날 수 있는 일본 여행을 미리 넉넉하게 준비하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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