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띄운 '국제화 특구', '입시 특구' 될까 걱정

서부원 2023. 7. 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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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면... 정책 목표 명확히 설정하고, 공고한 학벌주의도 손봐야

[서부원 기자]

▲ 교육위 출석한 이주호 부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주범으로 지적했던 수능시험의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2일, 교육부는 외국어 교육과 국제화 교육의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교육 국제화 특구'를 전국 18곳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의 초, 중, 고등학교는 예산 지원과 함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등에 큰 폭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된다. 2013년과 2018년에 6곳이 이미 지정됐고, 이번이 세 번째다.

지정된 특구 내 학교에서는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학업 지원, 국제 바칼로레아(IB) 전문 과정 등 국제화 관련 프로그램, 생태와 인권 중심의 교육과정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언뜻 보면 현행 공교육의 맹점을 보완하는 시의적절한 정책처럼 느껴진다. 하나같이 대학 입시에 매몰된 공교육에서 소홀할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어서다.

이를 두고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에 활력을 제공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지역 내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게 될 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이든 저든 지역 내에 '명문 학교'가 여럿 세워지게 될 거라는 예상만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에서 교육 환경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교육부는 연신 "소수에게만 특혜를 주는 학교를 양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문화 학생 등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적은 이들에게 기회를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월성 교육'과 '특권교육'을 위한 제도로의 변질을 막고,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교육부는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 탓에 지방정부의 관심이 높다는 것도 특구의 확대 지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내로라하는 명문 학교가 터 잡고 있으면, 굳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지역민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지 않으리라는 기대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선 명문 학교로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 목표가 무엇인가 

취지대로라면 교육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듯한데, 자칫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도 있다. 언뜻 동상이몽 같은 교육부와 지방정부의 바람도 그렇지만, 운영 계획이 상호 모순적인 데다 학교 서열화로 귀결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 대입 제도하에서라면 지방정부마다 특구에 앞다퉈 외고나 국제고를 설립할 것이 불 보듯 환하다.

예컨대,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의 학업 지원과 외국어 교육 중심의 국제화 선도학교 운영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조합이다. 이는 특구 내에 '일반고 같은' 특목고와 '자사고 같은' 특목고를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생태, 인권 교육과 IB 전문화 또한 생뚱맞은 조합이어서, 마치 정책 추진의 동력 마련을 위해 여러 교육 목표를 마구 이어 붙인 느낌이다.

'교육 국제화 특구' 정책을 안착시키려면, 다시금 취지를 명확히 하고 정책의 목표를 '획일화'시켜야 한다. 비유하자면, 유명 맛집일수록 메뉴가 한두 개로 단출한 법이다. 목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해놓으면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고, 끝내 부작용만 양산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만다. 나아가 '사자'와 '양'을 한 울타리에 모아놓은 꼴이 될 수도 있다.

교육부가 밝힌 대로 교육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이라면,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학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농어촌과 중소기업이 모여있는 지방의 산업단지 인근 초등학교의 경우, 다문화 아동의 수가 적지 않고 머지않아 중, 고등학교에서도 그 비율이 대폭 늘어날 게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은 대표적인 교육 소외 계층이다.

'교육 국제화 특구'가 '입시 특구'가 되지 않으려면 

'교육 국제화 특구'에 대해 지방정부가 반색하는 건 교육부의 예산 지원이라는 '젯밥'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방 소멸 위기가 명문 학교 몇 개 설립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그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방의 명문 학교는 기껏해야 '중간 정차역'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 명문 학교 재학생이라고 해봐야 졸업하면 대부분 서울로 향할 뜨내기다.

지방 도시의 인구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도권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한다고들 하지만, 주민등록상 숫자일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게 통설이다. 지방 출신 대학생과 대입 재수생을 포함하면 웬만한 도시 인구와 맞먹을 거라는 추론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그들이 졸업해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일은 거의 없다.

기실 지방정부의 인구 늘리기 정책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당장 고향에 주민등록을 이전해달라고 읍소하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지역 출신 재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기숙사를 제공하는 지방정부도 적지 않다. 지역을 떠나는 그들에게 '지역을 빛낸 인물'이라는 찬사까지 보탠다.

이렇듯 척박한 지방의 현실을 미루어 보건대, 온존한 학벌 구조를 손보지 않고 '교육 국제화 특구'의 학교에 예산까지 지원하며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면 '대학 입시 특구'로 변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가 이미 십여 년 전에 경험한 바다. 건학 이념을 내팽개치고 입시 전문 기관으로 전락한 자사고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교육 국제화 특구'뿐이랴마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율성과 다양성은 현행 대입 체제에서는 '절대 반지'로 작용한다.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교육적 가치도 대입과 결부되면 온갖 편법을 부추기고 용인하는 제도적 근거가 된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확연해지는 학벌 구조에서 자율적 선택권 보장이란 허울뿐이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도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다문화 학생 등 교육 소외 계층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니, 차라리 별도의 특구를 조성하기보다 기존의 학교에서 그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문화 학생들을 분리해 교육하는 것보다 여느 아이들과 섞여 공부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셜 믹스'는 종국에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더 얹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화 교육을 위한 초중고와 영어 전용 타운 설립'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이름만 다를 뿐 이번 '교육 국제화 특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퇴행'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교육 정책만큼은 차라리 '복붙'이라고 해야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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