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서 의외로 가장 비싼 공공 건축물
[김주영 기자]
▲ 국내 최초 미술도서관 |
ⓒ 김주영 |
궂은 날씨여도 주말엔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하는 도시민의 습성으로 집 앞 카페에서 영상을 보든 책을 읽던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야 한다. 여기서 잠깐, 혹시 장소를 달리해서 아예 도서관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노스웨스트 환경기구 수석 연구원,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2002, 그물코)>에서 그 물건들 중 하나로 '공공도서관'을 꼽았다. 책을 타인과 공유하므로 종이 원자재인 나무를 아낄 수 있어 숲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까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의 저서는 당연히 재활용지로 인쇄됐다.
상기 책이 발간된 2002년 당시, 국내 공공도서관 수는 고작 2211개에 불과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10147개 보유했으니 고작 1/5 수준이었던 셈. 그러다 2010년 이후 국내 도서관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일본(10908개)보다 무려 2000개 이상 많은 13023개를 보유하고 있다. 양적 성장은 확인됐고 질적으로는 어떨까? 어쩌면 2019년 개관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다.
▲ 의정부 미술도서관 |
ⓒ 김주영 |
▲ 국내 최초 미술도서관 |
ⓒ 김주영 |
국내 최초 미술과 도서관을 합쳐 놓은 복합문화공공시설로써 2100평 규모로 서울 시청, 시립미술관 등과 비슷한 규모다. 특히 매끄럽게 빠진 외관과 더불어 내부 면면을 살펴보니 가히 세계적 수준의 공공시설물이다. 입장함과 동시에 탁 트인 개방감에 감탄부터 터져 나오는 도서관이라니.
건축학적으로 1층에서 3층까지 천장 구분 없이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하여 높은 층고를 확보한 덕에 실내임에도 웅장하고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나아가 한 벽면 전체를 통유리로 만들어 자연광으로 밝고 환한 분위기의 공간감까지 연출한다. 이렇게 글라스 룸(glass room) 효과로 인해 도서관 실내와 민락동 하늘능선근린공원 외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숲 속 도서관에 온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화룡점정은 내부를 하얀색으로 통일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날씨와 전시된 책 그리고 방문자들이 물감이 되어 순백의 도화지에 수놓게 된다는 것. 도서관 전체가 하나의 미술품인 셈이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앙도서관 |
ⓒ 김주영 |
▲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앙도서관 |
ⓒ 김주영 |
이 도서관 건물 벽면 상단엔 '도서관'이란 한글이 적혀있다. 재독 한인 건축가 이은영씨가 한글을 넣어줘야 설계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덕이다. 슈투트가르트 시가 어떤 자세로 창작자 의견을 존중하며 공공도서관에 예술성을 더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빅북 - 전 세계에 오직 9000부만 제작된 한정판 에디션 중 하나. |
ⓒ 김주영 |
▲ 도서관 속 작업실 전시회 : 신진 작가 지원프로그램 |
ⓒ 김주영 |
전 세계에 오직 9000부만 제작된 영국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한정판 에디션 중 하나다. 미술 도서관에 걸맞게 손님맞이 1층은 글로벌 아트 섹션으로 구성했다. 일반도서관에선 보기 힘든 건축, 포토, 회화, 시, 만화 관련 전문 서적으로 넘쳐난다. 대한민국 예술학도라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도 남을 공간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예술 작가들을 위한 특별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1층 전시관에선 현재 <도서관 속 작업실(23.7.12~9.27)>이란 주제로 4명의 작가(김도아, 현소희, 유기주, 허가은) 작품을 전시 중이다. 현대인이 지닌 정서적 요소를 일상의 풍결과 블루의 색을 이용해 구현한 현소희 작가. '주름'이라는 소재에 주목해 캔버스와 종이 위에 해체시킨 허가은 작가. 소수자들의 현실과 행적을 예술로 비춘 김도아 작가.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 신체의 이상 증세 경험 토대로 (마치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화 느낌을 받은) 다른 시공간 경계의 존재를 표현한 유기주 작가까지.
이들은 도서관 3층 멀티그라운드에 마련된 오픈스튜디오에서 창작활동을 해왔다. 일반 방문자는 입주작가의 창작행위를 유리 너머로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옆에는 카페테리아가 갖춰져 있어 누구나 책과 예술의 경계에서 쉼을 가질 수 있다.
▲ 의정부 민락동 하늘능선근린공원 내에 위치한 미술도서관 |
ⓒ 김주영 |
대표적으로 의자에 주목하면 좋다. 이곳은 책 읽는 독자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혹자는 허리 곧추 세워 정독할 수 있는 정독실 스타일을 선호하고, 또 어떤 이는 아예 엎어지거나 드러누워 탐독하고 싶을 수 있다. 일반 도서관이라면 모든 개성을 수용할 순 없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 미술 도서관에서 만큼은 가능하다. 1층에서 3층까지 곳곳을 탐험하며 본인에 맞는 책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약 작은 글자를 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어르신들을 위한 큰 글자책 코너(3층)는 물론이거니와 부모님과 함께 온 자녀들이 뒹굴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섹션(2층)도 있다. 세계적 수준의 독일 도서관 못지않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국내 최초 미술도서관이 분명하다.
우리 지역의 미래: 공공도서관
본 기자는 평소 다양한 도시를 답사 중이다. 이번 방문은 '의정부 시티투어' 일환으로 개인적으로는 스탬프 인증 이벤트를 위한 의례적 코스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서관을 품은 미술관이란 복합문화시설로 정체성을 잘 살려 내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탓에 예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중앙도서관을 보며 부러웠던 마음이 눈 녹듯 해소됐다.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문화예술 복지 차원에서 유의미 지역개발 사례라고 본다. 대한민국 지역소멸을 우려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이들은 의정부에 눈을 돌려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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