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조주빈이 '계곡살인' 이은해에게 보낸 조언
[이준목 기자]
▲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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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가상세계가 아닌 이상, 쉽게 접할 수도 굳이 가까이 갈 필요도 없는 그곳. 바로 '감옥'이다. 특히 '청주여자교도소'는 현재 대한민국 유일의 여자교도소이자, 20년 이상의 장기수 또는 무기징역수를 포함한 여성 강력사범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7월 13일 방송된 SBS 예능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서는 대한민국 방송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아가 여성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재소자와 교도관들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제 이야기들을 조명했다.
미미와 게스트 신봉선은 이날 재소자 역할을 맡았다. 미리 도착해있던 김종국, 이이경, 양세형은 교도관 복장을 하고 두 사람의 입소 과정을 지켜봤다. 각자 사전 정보없이 제작진을 따라 들어온 미미와 신봉선은 촬영장소가 교도소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저는 지은 죄가 없다"고 교도관에서 하소연했고, 신봉선은 "눈물날 것 같다"며 정말로 금세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미와 신봉선은 일반 재소자들과 동일한 입소 절차를 밟았다. 두 사람은 신원을 확인하고 신상 조사를 진행했다. 신체검사에서는 남성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여성 교도소 역시 부정물품 반입을 금지하기 위하여 전자영상 신체검사기를 통한 항문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멤버들을 당황시켰다.
재소자 복장으로 환복을 마치고 신입 수용자 교육 영상까지 시청한 두 사람은 수용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 중 먼발치에서 실제 재소자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다시 한번 교도소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미와 신봉선은 배정된 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미는 "입이 방정이다. 여기 오고 싶다 그랬는데"라고 후회막심한 표정을 지었다. 신봉선은 어떻게 섭외되었냐는 질문에 "나랑 어울린대. 봉선씨한테 딱이라고 하더라"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처음 접하는 수용동 시설과 시스템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용동 체험을 모두 마친 미미와 신봉선은, 모니터로 지켜보던 김종국, 이이경, 양세형과 합류했다. 양세형이 평소의 달리 잔뜩 주눅들어 있는 모습을 지적하자 신봉선은 "교도관 말씀 잘 듣고 어떻게든 모범수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세형은 "누나를 보자마자 바로 악질범 역할로 왔다는 걸 알았다"고 디스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자리에 모인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여성 교도소 내 주요 시설을 하나씩 탐방했다. 처음 찾아간 '가족접견실'은 교도소 내부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만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가 흔히 대중매체들에서 보던 일반접견실과 달리, 가족접견실은 가림막이 없어서 재소자와 접견자가 가까이 접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족접견실을 이용할 수 있는 수용자는 미성년 자녀나 고령의 부모가 있는 수용자 중 교정시설 내부 회의를 거쳐 선정된다고.
실제 교도소에서 여성 재소자가 아이를 출산하여 함께 지내는 영화같은 경우도 종종 실제로도 있다고. '형집행법 53조'에 따르면 여성수용자는 자신이 출산한 유아를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수용자는 형집행정지 신청 이후 외부 병원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교정시설에 양육 신청 허가를 받고 들어올 수 있다. 밖에서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교정시설에 들어온 이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여성 수용자들은 입소 당시 임신 확인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
아이가 있는 수용자들은 수용 거실 하나에 두세 가족이 함께 지낸다. 2023년 7월 현재 교정시설에서 임신 중인 수용자는 9명, 양육하고 있는 육아는 무려 16명에 이른다. 교정시설 내 육아용품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사비로 구매하지만, 정부에서도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가끔은 욕심을 부리는 엄마 재소자들도 있어서 외국 프리미엄 분유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오기도 한다고.
김진성 교위는 최근 유아양육 전담시설이 바뀌면서 교도소 내 아이가 있는 수용자들은 지난 5월부터 천안개방교도소로 이송된 상태라고 밝혔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18개월이 지나면 아이들은 예외없이 가족이나 친지 혹은 연고자가 없으면 보육시설로 인도하게 되어 있다. 보통 아이는 18개월이 지나면 기억력이 발달하게 되기에, 자칫 아이 인생의 첫 기억이 교도소 생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가 헤어지는 순간은 어떨까. 김 교위는 "정해진 시간에 가족이 오면 직원이 바로 아이를 인도하고 끝난다. 엄마가 정문까지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그 순간에는 엄마와 헤어져야 한다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엄마와 아이의 표정이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청주여자교도소 수용자 20%가 외국인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바로 청소년 범죄다. 만 14세부터 18세까지는 소년수로 분류된다.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되어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되고,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여성 소년수들이 입소한다.
소년수들은 과연 교화가 잘 이뤄지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가지는 의문이다. 소년수도 담당하고 있다는 김 교위는 "자기 죄에 대하여 잘 모른다"고 밝히며 "피해자한테 미안하다는 감정이 별로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소년수들은 수감 당시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들어온다고. 교도관을 대하는 태도도 "처음에는 '엄마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면서 뭐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 교위는 "아이들은 성인수와는 다르다. 시간이 지나고 생활을 하다보면 눈빛이 변하는 게 느껴진다. 제가 느낀 게,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고마워하더라"고 설명했다.
김 교위는 우유갑에다가 교도관을 위한 감사의 편지를 써서 전했던 한 소년수의 이야기를 전하며 "죄를 짓고 왔지만 그래도 한번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교도관으로서의 사명감을 지키고 있다. 100명 중 단 1명이라도 교화가 되어서 사회로 돌아갔을 때 선량한 시민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멤버들은 이번엔 교도소 내 심리치료센터로 이동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고유정, 전현주, 최서원, 엄여인, 장영자 등 청주여자교도소를 거쳐갔던 과거 및 현재의 유명 재소자들의 이름이 이른바 '라인업'으로 거론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심리센터팀장 노지현 교감은 "실제로는 이은해처럼 청주여자교도소에 없는 수용자의 이름도 나온다. 부디 공신력있는 매체에서 팩트체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청주여자교도소에는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인 수용자도 있으며 이는 전체 수용자의 무려 20%에 이른다고. 국적도 아시아에서 미주, 유럽, 아프리카까지 무려 14개국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외국인 수용자 중에는 최대 25년형까지 받은 중범죄자도 있다고. 외국인 범죄 중 가장 많은 것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관련이라고 한다.
현재 청주여자교도소는 약 800여 명의 재소자들이 수용되며 주요 과밀 교정시설 수용률이 130.8%로 전국 1위였다. 반면 심리치료팀 인원은 고작 7명에 불과하여 재소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6인 정원의 수용거실에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수용되다 보니 수용자들의 예민도가 높아져 폭행 등의 사건사고가 증가한다.
대중매체에서는 흔히 사건사고를 저리른 수용자들이 징계로 독방으로 수용되는 경우가 자주 묘사된다. 하지만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오히려 독방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정된 독방에 들어가기 위하여 재소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심지어 일부러 연기를 하는 재소자들도 있어서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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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청주여자교도소 내에서는 사복경찰인 '특수사법경찰대'가 운용되고 있다. 사법경찰은 수용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규율위반이나 범죄행위를 수사한다. 수용시설 내에서 수용자가 난동을 부리거나 교도관을 폭행하는 사태도 종종 벌어진다.
교도소에서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남녀 교도소간 펜팔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성교제같은 순수한 목적만이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교도소 복역 당시 펜팔을 통하여 관계를 맺은 남녀가 출소 후 범행을 함께 모의하여 혼성 절도단이 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N번방' 사건으로 유명한 조주빈이 '계곡살인사건'의 주범 이은해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조주빈은 이은해에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고 진술을 거부하라. 이야기 나눌 의사가 있으면 회신해달라"고 조언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시설에서는 위법적인 내용이 있어도 편지 내용을 검열하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고, 다만 부정물품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게 한계다.
편지를 통하여 사람의 체모나 여러 기상천외한 물품을 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편지를 위하여 우표를 대량구매하는 경우, 재소자들간의 거래나 권력관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교정시설 내에서 우표 대량구매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예의주시한다고.
또한 손재주가 좋은 재소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외부 물품 반입 없이도 자체 제작으로 여러 가지 물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식빵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거나, 마가린과 커피믹스를 활용하여 케이크를 만드는가하면, 배식된 반찬과 찜질팩을 통하여 가스불 하나없이 김치찌개를 완성해내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실화들이 소개됐다.
사법경찰대 김은정-강승연 교위는 수용자들을 조사하다보면 민원과 협박에 시달리는 게 일상인 교도관들의 고충을 설명했다. 직업이기에 담담하게 마주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은 만큼, 다수의 교정공무원들은 트라우마로 인하여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다. 2021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교정공무원은 1만 6278명에 이르며 이 중 정신건강프로그램을 신청한 이들은 무려 4295명에 이른다.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유지의 교사와, 홍은의 교위를 만나 일선 교도관들의 고충을 전해들었다. 총무과에서 재소자들의 각종 민원을 담당하는 유 교사는 수용동 변경에서 외부 병원 이용, 식단표 문의까지 기상천외한 민원들이 쏟아진다고 밝히며 1주일에만 정보공개청구가 30~4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 교사는 "정말 궁금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는 성실히 답변하지만, 민원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때, 저희를 괴롭히려는 것 같을 때는 '이런 것까지 답변해야하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2021년 교정기관 정보공개청구는 총 5만 2561건으로 하루 평균 무려 144건에 이른다. 이는 상위기관인 법무부 공개청구센터의 65%에 이른다.
홍 교위는 언론에도 보도되어 크게 이슈가 된 '교도관 폭행사건'의 실제 피해 당사자였다. 출소자였던 50대 여성이 자신의 물품이 없어졌다며 항의하다가 이를 진정시키려는 홍 교위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에 주먹을 날린 사건이다. 홍 교위는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 오히려 교도관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고 더 마음이 아팠다고 밝히며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교도관 생활에 회의감을 느낄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홍 교위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심각한 저혈당으로 목숨까지 위험했던 수용자를 제때 발견하여 구조했던 일화를 꼽았다. 알고보니 홍 교위의 아버지도 집에서 쓰러졌다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던 사연이 있었다. 홍 교위는 "우리 아버지도 못 살렸는데, 이런 사람을 살려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도관으로서의 의무와 자신의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을 회상하면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교위는 "살아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까지 품어줘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쩌면 그것 또한 교도관의 일이기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유 교사는 교도관인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며 2대째 교도관이 되었다고 밝히며 "교도관이 모두가 꿈꾸는 일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는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교도관들에게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멤버들은 드디어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환복하고 다시 돌아온 미미와 신봉선은 비로소 활기찬 표정을 되찾으며 "이곳엔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과밀수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주여자교도소는 현재 증축과 개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여자교도소 신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자신의 지역에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교도소가 들어오기를 원하지않는 국민들의 거부감이다.
관계자들은 철창 뒤를 묵묵히 지키며 작은 변화를 꿈꾸는 교도관들의 노력이 철문밖 사회에도 작은 빛으로 닿을 수 있기를 기약하며 "국민들이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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