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A] '야구 전도사' 이만수 감독 "스포츠가 한 나라를 바꾼다"

안희수 2023. 7.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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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IS 스포츠마케팅 써밋 아카데미에서 ‘스포츠업계 리더들에게’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7.13.

최초의 사나이·헐크·야구 전도사, 그리고 만수 바보. 모두 이만수(64)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별명이다. 그는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기 위해 누구보다 특별한 길을 걸어온 야구인이다. 

그런 이만수 전 감독이 현장에서 스포츠 산업 발전을 이끄는 마케터들 앞에 섰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지하 1층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IS 스포츠 마케팅 써밋 아카데미’ 23강 강연자로 나섰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헐크 파운데이션’이 영문으로 새겨 있는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강단 위에서도 마치 선수 시절처럼 특유의 유쾌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강생들이 스포츠가 미치는 영향력과 산업 발전의 근간인 팬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슈퍼스타였던 이만수 전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로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있다. ‘불모지’ 라오스·베트남에 야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국내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 야구를 접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서 많은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만수 전 감독은 라오스에 야구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 스포츠의 힘을 확인했다. 이 전 감독은 “야구라는 단어도 없던 나라에 이젠 협회까지 생겼다. 라오스 정부가 2년 동안 만나 주지 않았지만,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스포츠’라고 강조하며 결국 지원을 약속받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제 라오스는 국제대회도 출전할 만큼 운영 체계가 잡혔고, 국민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스포츠가 한 나라를 변하게 만들 수 있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1997년 선수 생활 은퇴 뒤 10년 동안 미국 유학 생활을 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를 맡기도 했다. 2005년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이만수 전 감독은 야구단을 향한 깊은 팬들의 관심, 구단과 선수들의 투철한 팬 서비스 정신에 감탄했다.

전무후무한 ‘팬티 세리머니’를 보여준 것도 미국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전 감독은 국내 무대로 돌아와 SK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2007년, 매 경기 적은 홈(당시 인천 문학구장) 관중 수에 안타까워했고, ‘만원 관중이 오면 팬티를 입고 그라운드를 질주하겠다’라는 공약을 걸었다. 이후 관중은 점차 늘었고 5월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무려 2년 1개월 만에 3만 400석을 모두 채웠다. 이 전 감독은 5회 말이 끝난 뒤 자신의 공약을 지지해 준 팬 22명과 함께 팬티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16년 전을 돌아본 이만수 전 감독은 “물론 나도 농담으로 한 말이 그렇게 큰일이 될지 몰랐다. 그래도 옷 한 번 살짝 벗었을 뿐인데 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더라”라고 웃어 보이며 “결국 이런 게 마케팅이다. 스포츠는 관중이 없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LB에선 팀 간판선수도 차기 시즌 멤버십(시즌권)을 팔기 위해 영업을 한다고 전하며, 더 높은 수준의 팬 서비스를 위해 프런트 담당자뿐 아니라 선수들도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강의를 마치며 야구 그리고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재가 강조했다.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할 때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돌아보며 “그런 시선에 ‘해봤느냐’라고 묻고 싶었다. 일단 뛰고 움직여야 한다. 때로는 밖(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도 해야 한다”라며 이날 수강생들에게 더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갖추길 당부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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