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마음의 감기, 청소년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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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이다.
감기만큼 흔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른다.
영화 '더 썬'은 부모의 이혼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니콜라스의 방황을 잘 그리고 있다.
영화 '더 썬'은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우울증을 경고하면서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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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이다. 감기만큼 흔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우울증을 결코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감기처럼 금방 지나갈 것 같지만, 방치하고 있다가는 더 큰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서로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 ‘더 썬’은 우울증에 걸린 10대 아들과 가족의 대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가족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내면을 그린 ‘더 파더’에 이어 아버지를 좋아하면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아들의 심리를 그렸다.
뉴욕의 성공한 변호사 피터(휴 잭맨 분)는 베스(바네사 커비 분)와 재혼해 신생아 아들 테오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전처 케이트(로라 던 분)가 찾아와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라스 분)가 학교에 가지도 않고 엄마와 대화를 피하며 반항한다고 말한다. 전 부인과의 결혼생활은 실패했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피터는 니콜라스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면서 재혼한 아내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피터는 어떻게든 아들을 변화시키려 애를 쓰지만 아들은 여전히 방황하며 자해를 일삼는다. 결국 니콜라스는 안타까운 선택을 시도한다.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직계가족의 죽음이나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이며 적응장애와 함께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한다. 영화 ‘더 썬’은 부모의 이혼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니콜라스의 방황을 잘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소되지 못한 갈등과 미움이 우울증으로 번진 니콜라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란 쉽지 않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부모 자식 간은 서로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설령, 서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착각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은 통과 의례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혼한 부모와 그 과정을 지켜본 10대 아들이라면 상황은 더 많이 심각해질 수 있다. 피터는 최선을 다해 아들이 새로운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안타까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안소니 홈킨스 분)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원망까지 영화는 아들을 지켜주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피터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휴 잭맨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무너져가는 아버지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울증은 사랑만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터는 자신이 받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니콜라스에게는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전처와의 이혼 과정에서 상처를 준 죄책감에 더욱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가 커져 트라우마로 남은 니콜라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니콜라스 본인도 자신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니콜라스를 병원에서 의사는 입원치료를 설득한다. 그러나 피터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아들을 치료하려 하고 니콜라스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니콜라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보다는 전문가의 적극적인 치료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이혼이 증가하고 있으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부모의 사랑만으로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영화 ‘더 썬’은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우울증을 경고하면서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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