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두산과 달랐던 롯데, '헤어질 결심'이 너무 늦었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들을 향한 롯데 자이언츠의 무한 신뢰와 믿음은 결국 큰 독이 됐다. '헤어질 결심'이 늦어도 너무 늦었고 후반기 순위 싸움은 더욱 험난해졌다.
롯데는 지난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8차전에서 3-13으로 처참하게 졌다. 2연패 속에 전반기를 마감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찰리 반즈의 1⅓이닝 4피안타 4사구 1탈삼진 1피홈런 6실점으로 난타당하면서 초반 흐름을 NC에 완전히 뺏겼다.
반즈의 전반기 성적표는 16경기 5승 6패 평균자책점 4.57, 퀄리티 스타트 7회로 냉정히 말해서 낙제점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 역시 16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4.37, 퀄리티 스타트 4회로 실망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롯데는 원투펀치 역할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2명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6월 이후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선 침체 속에 투타 밸런스가 엇박자를 낸 것도 있지만 반즈와 스트레일리가 팀의 기둥 역할을 조금이라도 해줬자면 5위까지 추락해 38승 39패로 5할 승률이 무너지는 일 역시 없었을 것이다.
무릎 통증으로 신음하던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최근 퇴출이 결정되고 대체 선수로 구드롬이 영입됐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렉스는 5월 중순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당연히 타격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롯데가 전반기 막판 화력 부족으로 무너졌던 경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팀이 상승세에 있을 때 더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다.
외국인 투수 둘 중 한 명의 교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롯데는 오는 9월 박세웅, 나균안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로 최소 2주 동안 자리를 비운다. 우천취소 등 잔여 경기 일정이 편성되지 않았지만 후반기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핵심 선발투수 2명 없이 게임을 치러야 한다.
롯데가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더라도 취업비자 발급 기간 등을 고려하면 후반기 시작부터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로 후반기에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에 지급할 수 있는 연봉이 줄어드는 것도 롯데에는 악재다.
반면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는 발 빠른 외국인 투수 교체로 나란히 반등에 성공했다. 두산은 딜런 파일이 잦은 부상이 시달리자 지난해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했다.
브랜든은 지난 6월 24일 첫 등판을 시작으로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04로 특급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안정된 선발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7월 9연승 질주 속에 단독 3위까지 뛰어올랐다.
KIA도 지난해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했던 파노니를 다시 불러들이고 산체스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부진했던 메디나의 방출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14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3.76, 퀄리티 스타트 8회로 준수한 성적을 찍고 있던 앤더슨의 방출은 의외였다.
김종국 KIA 감독은 "앤더슨은 눈에 보이는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외국인 투수는 1~2선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다"며 결단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앤더슨 대신 KIA 유니폼을 입은 산체스는 지난 9일 KT 위즈를 상대로 KBO 데뷔전에서 6⅓이닝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IA는 나성범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복귀와 외국인 투수 교체 승부수를 바탕으로 5위 롯데를 1경기 차로 뒤쫓으며 가을야구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결과론이지만 롯데가 '헤어질 결심'을 주저한 부분은 중위권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롯데가 후반기 시작 전까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곧바로 효과를 보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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