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라는 본분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튀르키예 샨르우르파에서 역시 버스를 타고 디야르바크르로 향합니다. 이번에 타는 버스가 일정상 마지막으로 타는 버스입니다. 나머지 일정에서는 다행히 기차 노선이 있어서, 모두 기차를 이용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터미널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다행히 별 지연 없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덕에 출발까지 꽤 시간이 남았습니다. 버스는 오늘도 늦었고, 출발 예정 시간보다 30여 분을 더 기다린 끝에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가 늦어진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샨르우르파로 들어올 때도 그랬지만, 디야르바크르로 가는 길에도 종종 검문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잔다르마(Jandarma)라는 군사경찰이 버스에 올라와 승객 모두의 신분증을 확인합니다.
불평을 좀 했지만, 검문과 그로 인해 늦어지는 시간을 나쁘게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튀르키예의 동남부 지역은 그리 안전한 지역이라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외교부에서는 샨르우르파, 디야르바크르 등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을 3단계 '출국권고'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나머지 지역은 1단계 '여행유의' 지역인데 말이죠.
▲ 디야르바크르 성 |
ⓒ Widerstand |
쿠르드인은 페르시아계 민족이지만, 쿠르드어라는 별도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종교는 주로 수니파 이슬람을 믿고 있죠. 튀르키예 밖으로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많은 인구가 거주합니다. 각국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죠.
▲ 디야르바크르 성 안의 박물관 |
ⓒ Widerstand |
하지만 튀르키예가 독립한 뒤 쿠르드인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산악 튀르키예인'이라 칭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했죠. 튀르키예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 역시, 쿠르드인 문제에서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1971년에는 쿠르드인을 연구하던 학자 이스마일 베식치(Ismail Besikci)가 "튀르키예 민족의 단일성을 해쳤다"며 징역 13년형에 처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몇 차례나 체포와 출소를 반복했죠.
폭력적인 탄압에 폭력으로 맞서는 쿠르드인도 있었습니다.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이 대표적이죠. 무장 집단을 꾸리고 튀르키예 군과 주요 인사에 대한 전쟁과 테러를 벌였습니다. 튀르키예군도 물론 소탕 작전으로 맞섰죠.
▲ 디야르바크르 성 |
ⓒ Widerstand |
하지만 여전히 튀르키예 정부의 입장이 강경한 것도 사실입니다. 2009년에는 쿠르드계 정당이었던 민주사회당이 강제 해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인민민주당 역시 해산 위협과 주요 인사들의 체포를 겪고 있습니다.
▲ 디야르바크르의 시리아 정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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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정의 와중에, 디야르바크르 시내에 있던 시리아 교회에 방문했습니다. 시리아 정교회는 오리엔트 정교회의 하나로, 5세기 칼케돈 공의회부터 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와는 다른 길을 간 종파입니다. 오랜 기간 탄압을 받았지만, 여전히 시리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 소수 종파로 남아 있지요.
▲ 디야르바크르의 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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