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엔비디아 잡을 비장의 무기…삼성, 이번엔 다를까
경쟁 치열한 4나노 수율 제고·3나노 이하에는 GAA 기술 도입
파운드리 제조 넘어 설계·패키징 아울러야 MS·수주 결과 이어질 듯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게임체인저'로 등극하기 위해 잰걸음을 내고 있다. 반도체 부품사·팹리스·IP(설계자산) 업체들과 연합전선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에도 나서며 양과 질 모두 앞서겠다는 전략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수율(양품 비율)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밝힌 "5년 안에 기술로 1위 따라잡겠다" 실현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삼성의 시도가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물량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사 수주 금액,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아직까지 경쟁사 대만 TSMC를 넘지 못하고 있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갖춘 TSMC와 비교해 출범한지 이제 7년 된 삼성 파운드리를 비교하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업력과 규모에서는 밀리지만 삼성은 기술만큼은 빠르게 격차를 좁혀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3나노(㎚·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시장 공략을 위해 GAA를 지난해 6월 3나노에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FinFET)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파운드리 게임 체인저로 거론된다. 현재까지 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파운드리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앞서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은 "핀펫보다 GAA가 (파워 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GAA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객사명을 언급할 수 없지만, 알 만한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TSMC와 인텔은 핀펫 트랜지스터를 쓰고 있으며 2년 뒤인 2나노 미만 공정부터 GAA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선제적으로 GAA를 채택하면서 첨단 공정 초기 수율을 잡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자체 난도가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2나노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수율 4나노 75%·3나노 60% 끌어올려…고객사 유치 '청신호'
가장 경쟁이 치열한 4나노 공정 수율도 어느 정도 개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사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들어 삼성 파운드리 4나노 수율은 75% 이상, 3나노 수율은 60% 이상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3나노, 4나노와 같은 첨단 공정은 수율이 통상 60% 이상이면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100개의 재료를 투입했을 때 80개의 양품(정상 제품)이 생산됐다면 수율은 80%가 된다. 수율이 개선되면 생산량은 늘고 원가는 줄어든다. 수율은 제품 단가·물량, 납기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객사 유치에도 유리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80% 이상이면 아주 우수하다고 보는 데, 75%가 맞다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율 제고, GAA 채택 등 첨단공정 경쟁력 제고로 TSMC 잡기에 한 걸음 다가간 삼성은 최근 2나노 양산 관련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하며 고객사 어필에 나섰다.
2나노 양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향 중심으로 2나노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공정,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첨단 SF2 공정은 SF3 대비 성능 12%, 전력효율 25% 향상, 면적 5%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 카이스트 강연에서 "2나노 공정부터는 업계 1위(TSMC)도 GAA를 도입할텐데, 그 때가 되면 업계 1위와 같게 갈 것"이라며 2나노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삼성의 중장기 전략대로라면 파운드리 승부는 2나노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자체 기술력 제고 뿐 아니라 글로벌 IP 파트너들의 협력 등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로 고객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2022년 삼성 파운드리 고객 수는 100곳 이상으로 2017년 대비 2.4배 증가했다. 2028년에는 200곳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조 기술만 중요한 것 아냐…설계·패키징 아우르는 종합 전략 '관건'
업계는 제조 기술 측면에서 삼성과 TSMC 파운드리 격차가 수 년 내 상당 부분을 좁혀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고객사 물량 확대, 시장 점유율 제고 등 구체적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부터 최종 고객까지 아우를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설계 측면에서 고성능·저전력을 제공할 칩셋을 만드는 AP기술 고도화가 과제로 꼽힌다. 그러려면 경쟁사처럼 폭넓은 인재풀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시스템 아키텍트(아키텍처를 만드는 사람) 발굴·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매자 입맛에 맞는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후공정업체) 역량 역시 중요한다는 지적이다. TSMC가 200여개의 디자인하우스를 보유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달리 삼성은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로 9개사와 협력하는 정도다.
반도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제고도 삼성의 숙제다.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할수록 반도체 효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삼성 뿐 아니라 TSMC, 인텔 등이 수 조원대를 들여 패키지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SMC를 잡으려면 특정 분야만 따라잡는데도 수 년이 걸릴텐데, 시장점유율까지 좁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텔처럼 삼성도 일단 기술 먼저 압도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수요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위탁제조 수주금액은 102억9100만 달러(약 13조원)로 TSMC(약 96조원)과 비교해 13.6% 정도다. 지난해 TSMC 수주금액 대비 삼성 수주금액은 약 15%였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수주액에서 양사 격차가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됐다"며 "3나노 GAA 공정에서의 돌파구 마련 및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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