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N 고집', 전기차 시대에도 '질주본능' 승부수
전동화‧자율주행에도 '손맛' 잊지 못하는 자동차 마니아 겨냥
내연기관 시대 ‘끝물’에 내연기관 자동차로 고성능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정의선 현대차동차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이 전기차 시대에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퍼포먼스 측면의 강점을 전기차에서 보여준다면 내연기관 시대보다 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전동화 라인업 중 첫 N 브랜드 모델에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정 회장은 이날 “(아이오닉 5 N을) 직접 운전해봤는데 재미있었다”면서 “우리 연구원분들이 자랑스럽고, 잘 만들어주신 게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오닉 5 N 개발팀과, 알버트 비어만 고문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모두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만든 차라서 더 좋은 것 같다. 연구원분들이 굉장히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그게 더 기분 좋은 것 같다”고도 했다.
현대차의 N 브랜드를 출범한 것은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이던 2015년이다. 이날 행사에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을 현대차에 영입한 것도 이 때였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이끌던 핵심 인재를 정 회장이 모셔온 것이다.
의욕은 좋았지만 당시로서는 갈 길이 멀었다. N 브랜드의 첫 모델인 i30 N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이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과 미국,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전동화와 자율주행으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앞둔 시점에 굳이 내연기관차 기반 고성능차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8년간 고성능차를 개발하며 쌓아온 N 브랜드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기차에 접목시킴으로써 그런 우려를 씻어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내연기관차의 N 기술이 전기차의 N으로, 고성능으로 가게 됐는데 이런 부분이 색다른 전환기가 됐다”면서 “전기차에서 고성능차를 선보이는 것은 앞으로 전기차 시대에서 우리만의 장점과 차별화된 부분으로 뛰어 올라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시대에 완성차 업체들로 하여금 고성능차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한 요인들이 전기차 시대에서도 상당 부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기술력 과시’다. 고성능차 자체로 유의미한 판매실적을 올리기보다는, 고성능차를 통해 그걸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증명하고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아이오닉 5 N은 일종의 기술력 업그레이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에 특화된 기술력 측면에서 많이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거기에 완성차 업체 고유의 근원적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고성능을 접목시켜 고성능 기술에서도 앞서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존 내연기관 시대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 과시의 장이었던 F1 등 모터스포츠에서 전기차 경기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는 고성능차의 역할이 전기차 시대에도 유효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들의 ‘질주본능’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차량 제어에서 개입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화가 되겠지만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직접 가속페달을 밟고 핸들을 돌리는 ‘손맛’을 잊지 못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여전히 많다면 정의선 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주효했음이 증명되는 셈이다.
이 원장은 “밟아서 치고 나가는 맛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우수하다”면서 “특히 현대차가 아이오닉 5 N의 코너링 능력을 강화하고 주행시 엔진음을 내는 장치를 넣은 것은 내연기관 기반 고성능차의 운전 재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이오닉 5 N 출시에 대해 현대차가 전기차 N 브랜드를 앞세워 내연기관 시대의 전통적 강자들을 넘어서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이오닉 5 N은 스펙이나 적용 기술로 볼 때 고성능 전기차로서는 최고 수준”이라며 “전기차에서 순간적으로 650마력(아이오닉 5 N의 최고출력)이나 되는 출력을 뽑아내면 배터리와 전기모터에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열처리 기술 등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대차가 이처럼 고성능 전기차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에서 앞서간다면 전기차 시대에 BMW나 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넘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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