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총파업… 주연 배우들 사진만 찍고 ‘쌩’~
스트리밍 시대 분배금 재정립 등 요구
63년 만 양대 노조 파업에 LA 경제 비상
미국 할리우드 배우와 방송인이 지난 5월부터 파업을 진행 중인 작가들의 움직임에 동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총파업에 나선 건 1980년 이후 43년만, 작가‧배우 양대 노조가 동반 파업을 벌인 건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수천명 관객들이 몰린 시사회에서도 주연 배우들이 사진만 찍고 곧바로 퇴장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미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배우조합)의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자정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우조합은 지난 한 달여간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AMPTP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이 소속돼 있다. 배우조합과 AMPTP 간 계약은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연장돼 전날 오후 11시 59분(미 서부시간 기준) 종료됐다.
배우조합은 지난달 7일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협상이 결렬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도 98%가 찬성표를 던졌다. 크랩트리-아일랜드는 “AMPTP와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대안도 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조정화해기관(FMCS)도 이들의 갈등을 풀어내지 못했다.
배우조합에는 16만여 명의 배우, 방송 기자, 아나운서, 진행자, 스턴트 연기자들이 소속돼 있다. AP통신은 “이번 파업은 지난달 7일 투표에 참여해 파업을 승인한 배우 6만5000명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작가와 배우가 참여하는 파업이 시작되며 방송·케이블 채널은 비상 상황을 맞이했다. 초가을부터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촬영하지 못한다면 할리우드 파이프라인이 줄어들 수 있다. 영화 산업의 상징으로 대표됐던 할리우드가 일제히 멈춰 설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당장 촬영된 작품들도 홍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오펜하이머’ 시사회는 파업 시기보다 앞서 하기 위해 예정보다 한 시간 앞당겼다. BBC는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들이 사진만 찍고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포 놀란 감독은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배우조합이 파업하며 명령에 따라 철수한 것”이라고 알렸다.
주연배우 맷 데이먼은 “아무도 업무 중단을 원하지 않고 배우들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일하는 배우들에게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의 갈등이 파업까지 오게 된 배경으로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며 불거진 보수 문제를 짚었다. 배우·작가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도 갈등의 핵심 뇌관이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작품이 재상영될 때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가 제대로 분배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우조합은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전 세계 미디어 기업이 스크립트 콘텐츠를 통해 창출하는 수익에 비교해 잔여 출연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또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작가들은 AI가 대본을 대신 작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양측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AMPTP는 배우조합이 제안한 안이 과도하다고 항변한다. AMPTP의 주장을 종합하면 배우조합은 3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최소 지급액 인상을 요구했다. 또 대부분의 스트리밍 해외 잔여금의 인상률을 76%로 제시했다. AMPTP는 AI와 관련해선 배우들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양대 조합의 파업은 LA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작 중단이 장기화하면 수천명의 근로자와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WSJ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발생한 이중 파업”이라며 “몇몇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광고 시장의 약세와 ‘코드 커팅’은 이들이 떠받치고 있던 전통적인 TV 사업에 큰 타업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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