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잘사는 노인, 한국은 돈 없는 노인" 이창용 이 말 나온 까닭

박해리 2023. 7. 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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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서 ‘글로벌 경제동향과 기업의 대응’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가) 내릴 것은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을 언급하며 “많은 분이 이제부터 금리를 인하할 때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조심스러운 것은 6월 2.7%까지 낮아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기저 효과 등을 생각할 때 연말까지 3%까지 올라갈 것 같기 때문”이라며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이 2%인데 이 상태에서 금리를 낮추고, 그러다 다시 (물가가) 오르면 냉탕과 온탕을 오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거시정책 틀이 흔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세 가지를 꼽으며 자세히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나는 기술적으로 물가가 충분히 내려갈 것인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미국이 금리를 2번 정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전했다. 또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한 배경에 대해서는 미·중 갈등의 영향뿐 아니라 한국 산업이 구조조정 기회를 놓친 탓이 크다고 짚었다. 주요국 제조업 비중 변화 추이를 봤을 때 다른 나라들은 소득이 증가하면 제조업 비중이 떨어졌지만 한국과 대만은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며 제조업을 계속 이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 특수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시기를 놓쳤다”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때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덜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예상하면서도, 중국의 성장률과 국내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 그 속도가 정해질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할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반도체 가격이 더 내려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거기에 따라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서 ‘글로벌 경제동향과 기업의 대응’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일본 잘사는 노인, 한국은 돈 없는 노인”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닮아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일본은 잘사는 노인이라면 한국은 돈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령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보다 한국 경제 상황 전망이 안 좋은 점으로 “우선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스피드가 매우 빠른 게 굉장히 걱정되는 점”이라며 “두 번째로 일본은 버블이 꺼지기 전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상수지 흑자를 큰 폭으로 가져가면서 해외 투자를 많이 했기에 가진 재산이 일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두 나라 모두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체질적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장점을 꼽자면 우리의 젊은 층이 훨씬 다이내믹하다. 우리 젊은 사람들을 믿는다”며 “우리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구조조정을 잘하고 대응을 잘하면 일본처럼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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