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600명의 노령 수녀 중 치매는 단 한명도 없었다

서믿음 2023. 7. 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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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수도원서 20년간 치매 프로그램 실시
명상·기도로 스트레스 통제하고 건강한 생각
단식 통해 생기는 케톤체, 뇌 보호에 탁월

미국의 어느 수도원에서 70세 이상 수녀 600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치매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수 수녀에게서 뇌신경 손상이 확인됐지만 누구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 종교인에게는 치매를 피해 갈 수 있는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안티에이징 전문가인 베른트 크라이네궁크는 건강한 생각에서 답을 찾는다. 그는 인간의 뇌에 있는 850억개의 신경세포가 건강한 노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생각의 방법 중 하나는 명상이다. 명상의 핵심은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제어력이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를 물리적으로 최소화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럼에도 존재하는 스트레스를 대할 때는 스트레스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실험에 따르면 전기 충격을 주고 피할 선택지를 준 쥐들은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으나 선택지 없이 전기 충격을 받은 쥐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후 선택지를 제공해도 탈출을 포기한 채 고통을 받아들였다.

저자는 "천주교의 묵주기도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명상이다 (중략)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스트레스 인자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없앨 방법은 제한적이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 결과 장기간 명상해온 수련자들의 뇌에는 회백질 밀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뉴런이 증가했고 기존의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특히 기억력과 비판적 사고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해마와 전두엽에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흔히 스도쿠나 십자 낱말퀴즈 등 두뇌를 가동해야 하는 일로 뇌를 자극하는 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언어나 춤을 배우라고 권한다. 혼자 하는 훈련이 뇌를 부분적으로 단련할 수는 있지만 온전한 뇌 건강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수반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가급적 파트너와 함께 춤을 배우라며 "춤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요인(학습·움직임·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나로 연결시켜 준다"고 강조한다.

"가장 좋은 치료제는 단식"이라는 중세 말엽 약리학자 파라셀수스의 주장에 저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가 공통적으로 택한 수도법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40일 금식기도 했던 것을 기리며 절기마다 혹은 수시로 금식기도를 하고, 이슬람교는 라마단 기간 금식한다. 저자는 이런 단식이 생명 연장 조치라는 사실을 항노화 의학이 밝혀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생물노인학자 클라이브 매케이가 1930년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먹이 공급량을 30% 줄인 쥐들의 기대수명이 약 50% 증가했다. 맥주효모균, 영장류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저자는 신체에 (최소 요구량을 약간 넘는) 적은 에너지를 공급할 때 몸이 튼튼해질 수 있다며 사자를 예로 든다. 사냥에 실패해 굶주린 사자가 기력이 소진돼 죽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자는 배고픔 때문에 감각이 더 예민해지고, 먹잇감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져 질주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렵 생활을 했던 인간도 다르지 않다며 "금식은 때로 건강뿐만 아니라 진정한 쾌감도 선사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단식원을 이용하며 단식의 행복감을 느낀다. "처음 며칠은 몸에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공복감이 약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행복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간에서 생성되는 케톤체도 몸에 큰 이익이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당을 소모하는데, 체내 비축분은 대개 이틀분이다. 이후에는 지방 조직의 지방산을 케톤체로 전환한다. 저자는 케톤체는 혈액-뇌 장벽에 긍정 영향을 끼쳐 신경 보호와 파킨슨병과 치매로부터 뇌 보호, 염증 완화, 신경퇴행성 질환 예방, 우울증 감소 효과를 부른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 저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에 더 잘 걸리는 이유처럼 성별 간 호르몬 차이를 설명하고 그에 관한 대응책을 소개한다. 아울러 공통 요소인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 회복탄력성, 뇌에 영향을 미치는 장 건강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 내용을 이루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생물학적 노화 프로세스를 다루는 ‘생물노인학(항노화 의학)’이라는 신생 학문" 때문이라며 "항노화 의학은 초창기부터 ‘더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기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더 오랜 시간 기쁘게 살 수 있다"고 전한다.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 |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지음 | 강영옥 옮김 | 김영사 | 316쪽 | 1만7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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