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위험 다소 완화”→“위험 완화”…'청신호' 켠 정부 경기 진단

김기환 2023. 7. 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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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둔화 지속’(5월)→‘하방 위험 다소 완화’(6월)→‘하방 위험 완화’(7월).

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낙관적인 방향으로 미세 조정하고 있다. 6개월째 ‘경기 둔화’ 진단을 이어가면서도 “하방 위험이 완화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경기 반등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까지 부진하다가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것)’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수출 부진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 심리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 위험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표지가 녹색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정부가 올해 들어 펴낸 그린북과 비교하면 미세하지만, 낙관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줄곧 “경기 둔화 우려” 판단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2월부터 “경기 흐름 둔화”로 선회했다.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의미다. 이후 7월까지 6개월째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갔다. 다만 6월호에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리고 7월호에선 ‘다소’란 표현마저 빼 “하방 위험이 완화했다”는 진단으로 바꿨다. 다음 단계인 ‘경기 회복’ 진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청신호’를 낸 근거는 3가지다. 먼저 고용이 최근 호조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3만3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2.7%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줄었다. 1999년 5월 이후 가장 낮다.

수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통신) 기기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선박 등이 호조세를 보이면서다.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6.0% 줄었지만 4월(-14.4%), 5월(-15.2%) 대비 크게 나아졌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흐름도 지난달 흑자로 반전했다.

정부가 전기요금부터 라면·밀가루 가격까지 전방위 관리에 나선 물가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올해 1월 5.2%에서 시작한 물가 상승률은 5월 3.3%→6월 2.7%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건 21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13일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 대응보다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터널의 끄트머리를 지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저점’은 경기 반등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주포럼에서 “터널의 끝이 멀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하반기로 가면서 경제가 나아지고 있고,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경기 반등 시점과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이 변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 포퓰리즘’에 빠져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늘리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물가부터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을 낮춰) 한은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소비와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수출까지 늘어나는 경기 선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투자·내수 등 경제 활력 제고, 물가 등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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