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추미애의 요란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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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4일 저녁, 퇴근 시간이 다 돼갈 무렵이었다.
법무부가 예정에 없던 긴급브리핑을 공지했다.
전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브리핑 수용 여부를 놓고 기자들 간 한창 대화가 오갈 무렵 '장관이 이미 출발하셨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잠시 후 상기된 얼굴로 기자실 앞 단상에 나타난 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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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낙연 저격하며 요란하게 복귀
장관 시절 '검찰 힘 빼기' 비판 여전
2020년 11월 24일 저녁, 퇴근 시간이 다 돼갈 무렵이었다. 법무부가 예정에 없던 긴급브리핑을 공지했다. 장소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시간은 불과 30여분 뒤. 그런데 발표할 내용이 뭔지, 브리퍼가 누군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전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브리핑 수용 여부를 놓고 기자들 간 한창 대화가 오갈 무렵 '장관이 이미 출발하셨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뭔가 엄청 중대 발표를 할 모양이니 일단 들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잠시 후 상기된 얼굴로 기자실 앞 단상에 나타난 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준비해온 발표문을 읽어나갔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명령과 징계 청구 발표였다. 등장부터 시끌벅적했던 그날 그 순간은 훗날 추 전 장관이 불명예스럽게 경질되고,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는 시발점이 됐다.
그러던 추 전 장관이 돌아왔다. 그의 등장은 이번에도 요란하다. 자신을 믿고 장관직을 맡겼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장관직 사퇴 직전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며 정권에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누가 봐도 경질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은 끝까지 그를 추켜세우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려 애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는 최근 방송에 나와 마치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할 자신을 문 전 대통령이 억지로 끌어내리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처럼 얘기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재·보궐 선거를 위해 사실상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저격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추 전 장관이 순식간에 뉴스의 중심에 선 걸 보면 장관 때나 지금이나 주변을 시끄럽게 해 이슈를 만드는 능력은 타고난 것 같다. 하지만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일부 팬덤을 제외하면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도, 비명(비이재명)계도 그의 튀는 발언과 행동을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 당 중진 의원은 ‘총선을 의식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장관 시절 수사를 잘 하고 있던 증권범죄합수단을 없앴고,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흡수시켰다. 자신의 승인 없이는 특별수사팀도 꾸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사 잘한다고 인정받던 검사들은 좌천시켜버린 반면, 충성도가 높은 검사들을 발탁해 핵심요직에 앉혔다. 그는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검찰 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는 검찰 힘 빼기가 목표라는 보도가 잇따를 만큼 비판을 받았다.
요즘 대치동 학원가에까지 마약 음료수가 돌아다니고, 서민을 울리는 주가조작 세력이 판을 치고, 조폭들이 웃통을 벗고 도심을 활보하는 데에는 추 전 장관이 검찰의 힘을 뺀 탓이 적지 않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게 만든 책임과 관련해선 아직도 민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그가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가 이런 비판을 극복하고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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