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피해 5조 넘을수도"…할리우드 작가·배우 63년만 동시파업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AI에 의한 권리침해 방지 요구
'영화의 고장'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와 작가 노동조합이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하게 됐다. 스트리밍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 접어들면서 대기업 스튜디오와 수익과 권리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기술 변화로 인해 영화업계의 이해관계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 배우노조 14일부터 파업…영화 시사회서 배우들 떠나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배우·방송인 노조(SAG-AFTA)는 이날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의 고용계약 협상이 결렬됐다면서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AMPTP는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단체로, 배우노조는 이 단체와 한 달여간 협상을 벌여왔다.
배우노조의 수석 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자정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AMPTP와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없었다면서 "(AMPTP가) 우리에게 아무런 대안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노조에는 16만명의 배우, 방송기자, 아나운서, 진행자 등이 소속돼 있으나, 이번 파업에는 지난달 7일 투표에 참여해 파업을 승인한 배우 6만5000명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메릴 스트리프를 비롯해 제니퍼 로런스, 벤 스틸러 등 정상급 배우 300여명은 지난달 말 노조 지도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파업 참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미 영화 현장에서는 파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 제작·출연진은 파업에 지장이 없도록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사회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진행했다. 또 일부 배우가 파업 동참을 위해 행사장에서 나가면서 놀란 감독이 이를 관객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의 주연배우인 맷 데이먼은 파업에 대해 "아무도 업무 중단을 원하지 않고, 배우들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지도부가 협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일하는 배우들에게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작가+배우노조 동시 파업…이들은 왜 거리로 나오나이번 배우노조의 파업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배우노조의 파업이 더욱 주목받는 건 미 작가노조(WGA)가 지난 5월 2일부터 먼저 파업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노조와 작가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과거 TV에 판매된 영화 재상영분배금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1960년 당시 배우노조 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배우노조와 작가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같다. 이들은 대기업 스튜디오 측에 스트리밍 시대가 오면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의 정산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작가들은 저작권, 배우들은 초상권 문제에 직면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이 외에도 기본급 인상, 의료·연금보험 강화와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도 요구했다.
프랜 드레셔 배우노조 회장은 "고용주들은 월스트리트와 탐욕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그 기계를 작동시키는 필수적인 기여자들을 잊고 있다"며 "역겹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트리밍으로 전체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다"며 "이는 역사의 순간이고 진실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측인 AMPTP는 성명에서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노조의 선택"이라며 "노조가 역사적인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 대폭 인상, 시리즈 제작 기간 단축,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 등을 담은 우리의 제안을 묵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유감스럽게도 이 산업에 의존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 "5兆 넘는 경제 손해 발생할 수도"…디즈니 CEO "최악의 시점"작가노조에 배우노조까지 공동 파업에 나서면서 할리우드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대본이 나온 프로그램은 시나리오 작가 없이도 촬영이 가능했었지만, 배우가 없이는 촬영 자체가 어렵다"며 영화나 드라마 등의 제작 일정이 중단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미 작가노조의 파업으로 각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인 심야 토크쇼 등 촬영이 즉각 중단됐으며,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등 스트리밍 시리즈와 영화 제작 일정도 무기한 중단된 바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밀컨 연구소는 배우노조와 작가노조의 이번 동반 파업이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40억달러(약 5조원)가 넘는 경제적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2007년 작가노조가 파업했을 당시 캘리포니아 경제는 21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이 "전체 산업에 상당히 큰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한 혼란이 가중되기에는 최악의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WSJ는 "주요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에게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이중 타격이 될 것"이라며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파라마운트플러스 등 몇몇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 광고 시장도 약화했고 전통적인 TV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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