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AI 추가수혈"…바닥 다지는 카카오
[한국경제TV 이근형 기자]
<앵커> 카카오가 어제 B2B 신사업 추진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1000억원을 대여하고 희망퇴직안을 공개했습니다. AI 사업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에는 유상증자로 700억원을 추가 수혈하기로 했습니다. 산업 1부 이근형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 기자, 카카오가 사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고 보면 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저녁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희망퇴직안이 나왔는데, 주로 클라우드 인력이 아닌 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오는 17일부터 2주동안 접수를 받습니다. 퇴직금과 함께 최대 6개월 기본급과 전직지원금을 준다고 합니다. 어제 카카오가 엔터프라이즈에 10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는데, 이 자금이 희망퇴직에 쓰일 자금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CFO에 박준석 전 카카오IX HK 대표를 앉혔습니다. 갑작스런 CFO 교체가 이번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에 대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카카오가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그동안 신사업을 그동안 많이 추진해 왔는데, 손실이 컸던 모양이죠?
<기자> 맞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19년에 출범한 이후 신사업 발굴을 계속해왔지만,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요. 지난해 순손실이 1600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올 상반기 카카오는 신규채용을 줄이는 대신, 공동체 이동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계열사 내부 간 인력 이동 방식을 추진해 왔습니다. 여기에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인력감축을 단행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는 대출을 해준 반면에, 카카오브레인에는 유상증자에 참여를 했습니다. 카카오 브레인이 AI를 개발하는 자회사죠?
<기자> 그렇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어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934억원을 마련하고 나섰는데, 그 가운데 700억원을 카카오가 출자했습니다. 한마디로 엔터프라이즈 쪽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AI개발에는 계속해서 힘을 주겠다라는 의지인 건데, 하반기 이후의 역점사업이 바로 AI여서 그렇습니다.
<앵커> 네이버가 8월에 초거대AI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카카오도 이쪽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기자> 카카오는 코GPT라고 하는 대화형 초거대AI, 그리고 버티컬AI라고 해서 지금도 당장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AI, 양쪽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2천억원 가까이 유증을 한 건 주로 후자보다는 전자쪽에 필요한 자금으로 보이고, 후자쪽인 버티컬AI가 당장이라도 가볍게 수익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거대AI 개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걸로 기대됩니다.
<앵커> 올들어 카카오 실적도 크게 부진했고 주주들의 관점에서 볼 땐 다소 실망스런 행보를 보여왔던 게 사실인데, 비록 카카오 내에서도 일부 신사업 분야이긴 합니다만 이번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을 기대해봐도 좋은 겁니까? 어떤가요?
<기자> 2분기까지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3분기 이후로 갈수록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증권가는 보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2분기에는 전년비 15% 내외의 영업이익 감소 전망이 우세합니다. 1분기에 55% 급감했었으니까 그보다는 확실히 좀 나아진다고 보는 겁니다. 무엇보다 광고시장의 성수기가 일반적으로 2분기 정도라는 거고, 또 2분기부터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이 반영됩니다. 다만 SM엔터 같은 경우는 현재 기업가치 대비 인수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이걸 회계상으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앵커> 작년에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에 피해자들한테 보상금 지급하는 부분도 있었잖아요. 그게 또 올 상반기까지 반영되는거 아닙니까?
<기자> 네, 대략 275억원 정도가 피해보상액으로 집계됐는데, 보상금을 포함해서 카카오가 입은 피해까지 더하면 피해규모는 더 크겠죠. 이 부분 같은 경우는 앞으로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SK C&C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기 때문에 추후에 만회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앵커> 그럼 3분기 이후로 갈수록 상황이 달라진다는 건 어떤 점 때문이에요?
<기자> 가장 큰 건 일단 광고매출입니다. 카카오의 핵심은 역시 카카오톡이죠. 톡비즈를 2분기 말에 개편을 했는데, 오픈채팅쪽하고 선물하기 쪽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플랫폼에 사람들이 더 많이 머물면서 광고수익 성과가 기대된다는 것이고요. 다음으로 카카오엔터와 SM과의 시너지가 있습니다. 아티스트 협업도 있겠지만, SM 음원의 유통권을 6월부터 카카오엔터가 가져왔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에스엠의 아티스트 역량을 카카오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플랫폼 역량으로 지원하는 그림이 예상되고, 또 카카오엔터 내부적으로도 그룹 '아이브' 소속사 스타십엔터가 선전하고 있는 데다, 북미 진출도 차근차근 진행중이라는 점 역시 기대해볼 대목입니다.
<앵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을 비롯해서, AI개발이라든지 계열사 자금수혈 하는 부분은 3분기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그 이후로 갈수록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볼 요소겠고, 사실 가장 큰 변수는 AI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결국 하반기에 AI를 가지고 얼마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수익화가 가능할 것이냐. 이 부분을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는 이달에 이미지 생성 AI 칼로 2.0을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계획대로 하반기에 초거대AI 모델 '코GPT'가 충분한 한국어 역량을 갖고 탄생할 수 있을 지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근형기자 lgh0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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