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중국 특수에 기댔던 韓 경제, 이젠 구조조정해야"

정동훈 2023. 7.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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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가 '중국 특수'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한국 경제는 중국이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중국 특수'에 그간 너무 익숙해졌다"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2만 달러 이상으로 높아지면 제조업 비중이 대개 줄어드는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제조업을 계속 영위하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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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서 강연
"韓 경제 中 성장에 기대, 익숙해져
구조조정 시기 놓친 측면
이제는 무역 다변화·구조조정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가 '중국 특수'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한국 경제는 중국이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중국 특수'에 그간 너무 익숙해졌다"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2만 달러 이상으로 높아지면 제조업 비중이 대개 줄어드는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제조업을 계속 영위하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제조업 이후 서비스업 등 높은 단계의 산업을 육성해야하는 데 이 시기를 넘겨버린 측면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對)중 무역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는 다변화로 대응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경제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많은 흑자를 거뒀는데 이제는 중국이 중간재를 생산한다"며 "중국향 수출이 주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는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는 산업구조에 맞춰 산업은 물론 각계각층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 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이 총재는 "기후변화와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는 중에 수많은 변화를 겪어야하는 데 우리 산업이 빠르게 구조를 바꾸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인력시장 같은 경우,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시적인 실업이 일어나고 해고될 수도 있다. 실업 기간 사회적 안전 보장도 필요한데 우리 사회가 (산업 구조 전환에)유리한 구조는 아닌 것 같다. 사회적 저항이 있더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것이 우리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연내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은이)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물가인상)률은 2% 정도인데 현재 2.7% 수준에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물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통화 정책이 왔다갔다하면 거시 경제 전체의 틀이 흔들린다.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기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갈 것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섰다. 그는 또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면 사실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의 큰 양이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될 수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우리 젊은이들은 일본보다 더 다이내믹(역동적)한 것 같다"며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구조조정 숙제만 풀어낼 수 있다면 일본처럼 고생을 겪지 않고도 저성장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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