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K방산]①韓, 폴란드서 유럽거점 구축…신시장 진출
한·폴 정상회담 앞두고 1차 이행계약 신속 납품
폴란드 대통령 "K무기 생산 원한다"…거점 확대
한국 방위산업(K-방산)이 역대급 수출 신화를 다시 쓸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급 방문에 맞춰 양국 정상이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계획'을 협의하면서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3억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후 신속한 납품도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폴란드에서 열릴 국제방산전시회를 기점으로 폴란드 외 다른 국가들과의 수출 계약까지 기대하고 있다.
분위기는 이미 조성됐다. 지난해 폴란드발 대규모 수주를 기반으로 K방산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원)를 넘어서는 신기록을 썼다. 지난 2002년(1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20년만에 120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관계부처들도 '방산=안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방산을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 활용하며 동유럽, 북미, 호주, 중동, 아세안 시장에서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폴 정상… 방산 협력에 尹 "상호호혜적", 두다 "폴란드 생산도"
지난 12일(현지시간) 폴란드를 찾은 후 윤 대통령은 모든 행사에서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13일 한·폴 정상회담에서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양국간 방산 분야 협력을 '상호 호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도착 전 이미 현지 일간지에 기고를 통해 폴란드와 체결한 K2전차, K9자주포의 수출 계약을 "규모가 전례없는 것"이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은 방산협력이 단순한 수출입 형식을 떠나 기술이전, 공동연구, 공동개발의 영역으로 확대되길 기대했다.
양국의 방산 협력 의지는 윤 대통령이 폴란드에 도착한 직후 '수출형 경공격기 FA-50GF'의 납품 시작이 알려지며 더 명확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폴란드 수출 계약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에 납품에 나선 것으로 계약부터 납품까지 걸린 10개월은 KAI 수출 사상 최단기간에 해당한다.
앞서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사천 본사에서 시제 1호기 출고 행사를 열었다. 이후 FA-50GF 1호기와 2호기는 지난 9일 폴란드 현지에 도착했다. 1·2호기는 민스크 공군기지에서 최종 점검을 거친 뒤 폴란드 공군의 수락 비행을 통해 다음 달 초 폴란드 공군에 인도된다. 잔여 물량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에 맞춰 FA-50PL(Poland) 형상으로 개발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납품하기로 했다. KAI는 역대 최단기간 납품을 추진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정부 주도의 방위산업 지원정책에 맞춘 '민관군 원팀' 전략을 꼽았다.
한국의 방산 경쟁력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FA50 전투기, K2 주력 전차, K9 자주포를 직접 언급하며 "폴란드 군이 많은 무기를 대한민국으로부터 구매를 했다"고 말한 데 이어 "대한민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무기를 폴란드에서도 생산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폴란드 정부의 계획에 "금융지원이나 이행 플랜이 합의가 되고, 어떤 기술 이전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논의 후 현지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2차 계획을 위한 이행계획이 논의 중이라는 상황을 전했다.
폴란드 성공 사례, 세계에서 경쟁력 인정받아… 대통령실·관계부처 다변화 전략
폴란드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신시장 개척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 방산수출 컨트롤타워'인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지난 4월 진행됐다. 첫 회의에서는 ▲방산수출 강국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폴란드·호주 등 주요 국가별 수출 현안 및 애로사항 ▲지속 가능한 방위산업 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추진계획 등이 논의됐다. 안보실은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위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국가별·권역별 방산수출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추가 계약 역시 이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에서 거론됐던 상황이다. 안보실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방산수출 성과를 가능하게 한 폴란드와는 올해도 대규모 방산수출 계약체결을 추진 중"이라며 "당면 현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결해 나가며 후속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챙기고 있다. 방위산업의 구조를 내수 중심에서 수출 위주로 전환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경남 사천 KAI에서 첫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일반 수출은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방위산업 수출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수출이 없으면 고도화된 무기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방산 수출 실적을 통해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음을 확인했다"며 "구매국과 신뢰 형성을 위해 범정부적 협력으로 하나의 팀이 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韓 방산 잭팟… 9월 폴란드 '방산전시회'서 터질 수도
폴란드의 추가 수주 소식은 오는 9월 전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초 폴란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전시회가 예정돼 있어서다. 1993년부터 매년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로 유럽 국가 모든 전시회 가운데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은 주도국 자격으로 참가한다. 무기 계약 자체가 수억원에서 수십조원을 오가는 계약인 만큼 단순한 협의만으로도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윤 대통령이 "폴란드 국제 방산전시회에 한국이 주도국으로 참여해 한-폴란드 방산 협력 성과와 K-방산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시회에서의 한국의 방산 경쟁력을 높여 폴란드 내 추가 계약을 확정짓고 신시장을 새로 확보할 기회여서다.
두다 대통령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에는 공식 개최 전일에 현장을 찾아 KAI 부스에 머물며 FA-50 경공격기와 KF-21 보라매 전투기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한국 방산업체들 가운데 두다 대통령이 방문한 부스는 KAI 부스가 유일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등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바르샤바=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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