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담글 수 있겠어?” 후쿠시마 인근 해수욕장 한숨

관광업계·어민들 ‘소문 피해 우려’ 호소
“해수욕철 끝나고 방류” 공명당 제안에도
일본 정부는 ‘올여름 방류’ 방침 고수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나카노사쿠항에 지난 5월 배들이 떠 있는 모습. 이 항구는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0㎞ 정도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올여름 안에 방류하려는 계획을 유지하며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관광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방류 시기를 해수욕철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로 방류의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한 일본은 올여름 방류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도통신은 14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수욕자들이 예고된 오염수 방류로 지난달 획득한 국제인증을 잃게 될지 몰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현 북쪽에 인접한 미야기현의 게센누마(氣仙沼), 미나미산리쿠(南三陸), 시치가하마(七ケ浜) 지역의 해수욕장 3곳은 지난 6월 국제 비정부기구 국제환경교육재단(FEE)이 부여하는 ‘블루 플래그’ 인증을 획득했다.

블루 플래그는 국제환경교육재단이 청정한 환경을 보증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질, 환경교육·정보, 환경 관리, 안전성·서비스 등 4개 분야의 평가 항목 30여 개를 충족하는 해변이나 선박 정박 시설에 부여한다.

이들 미야기현 해수욕장 3곳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해변 중 처음으로 블루 플래그 인증을 받았다.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문 피해(풍평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앞서 시치가하마 관광협회는 지난해 11월 블루 플래그 인증을 신청했다.

하지만 방류 시점이 다가오며 이 같은 블루 플래그도 관광객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현지 지역 매체 후쿠시마민우 신문은 현지 어민들과 해수욕장 관계자 등 관광업계 근심이 크다고 전했다. 시치가하마 관광협회 관계자는 “인증을 신청했을 때 처리수 이야기는 없었다”며 “수질 검사에 필요한 자료는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방류를 위한 절차적 준비는 모두 갖췄지만 어업자 이해를 얻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관광업계와 현지 어민들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12년가량 지속적인 풍평 피해를 겪어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연립 여당인 공명당 대표는 임박한 해수욕 시기를 피해 방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지난 2일 후쿠시마에 방문해 이같은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은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리투아니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름 무렵 방류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확보와 풍평 대책의 대처 상황을 범정부적으로 확인해 판단하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